[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이르면 지난 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최종 엔트리가 발표될 것 같았다. 실제로 5일이 전력강화위원회 마지막 회의 날짜로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5일 회의로는 시간이 충분치 않았고 7일 다시 전력강화위원회가 모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구성이 어려운 항저우 AG 대표팀이다.

AG까지 시간적 여유는 있다. 항저우 AG은 오는 9월 23일에 개막한다. 하지만 대회 규정상 보다 이른 시점에서 출전 선수를 결정해야 한다. 대한체육회에서 이번 주까지 야구 대표팀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최종 엔트리 마감도 이번 주가 됐다.

대표팀 엔트리는 24명으로 구성된다. 야수 12명, 투수 12명을 골자로 한다. 야수 포지션을 포수 2명, 내야수 5명, 외야수 5명으로 분배할 가능성이 높다.

고민 시작점은 아마 잘 알려진 대로 포수다. 만 25세 이하·프로 4년차 이하, 혹은 와일드카드까지 20대 포수 중 두 명을 선택해야 한다.

KBO리그가 20대 포수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예비 엔트리 포수진만 봐도 확실한 카드는 없다. 양의지, 강민호, 박경완 같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포수를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 20대 포수 중 대표팀을 경험한 선수가 전무하며 소속팀의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도 KIA 한승택밖에 없다.

김동수 전력강화위원이 시즌 내내 포수들을 살펴본 가운데 어느 정도는 후보군이 나온 상태다. 굳이 와일드카드를 쓰지 않고 신예로 포수진을 구성할 수 있다. 완벽한 포수를 선발할 수는 없지만 포수로서 기본기가 단단하고 큰 무대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젊은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내야수는 포수에 비해 굵직한 선수들이 많다. 와일드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6일까지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를 기준으로 보면 3루수 노시환(2.77), 2루수 김혜성(2.34), 3루수 문보경(1.76), 유격수 김주원(1.34), 유격수 박성한(1.29) 다섯 명이 톱 30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노시환과 문보경 중 한 명이 1루를 소화하면 수준급 내야진이 완성된다. 코너 외야와 1루를 두루 맡고 있는 강백호가 1루에 배치될 수도 있다.

외야수도 핵심은 막강하다. 이정후, 최지훈, 강백호로 외야진을 꾸릴 수 있다. 다만 대수비·대타·대주자 구실을 할 4, 5번째 외야수를 찾는 게 고민이다. 강백호를 지명타자로 기용할 경우 주전으로 뛸 코너 외야수를 찾아야 한다.

타격에서는 롯데 윤동희, 수비로는 삼성 김현준이 떠오르는 데 공·수·주가루 뛰어난 외야 자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상무 최원준이 전역 후 태극마크를 달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원준의 경우 퓨처스리그 성적이 상무 1년차였던 지난해보다 2년차인 올해 많이 떨어졌다.

마운드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만·일본전 선발투수다. 우승을 두고 격돌할 가능성이 높은 상대를 잡을 수 있는 에이스가 필요하다. 그래서 와일드카드 사용도 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박세웅과 구창모가 와일드카드로 선발돼 원투펀치를 이룰 것 같았는데 구창모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특급 구위를 자랑하는 곽빈도 올시즌 두 차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시속 160㎞를 찍은 문동주가 태극마크를 달 확률은 높지만 문동주에게 대만·일본전을 맡길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이의리도 제구 기복으로 인해 호투를 장담하기 힘들다. 구창모가 제외된다면 박세웅과 원태인이 원투펀치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또는 올시즌 최고 선발 중 한 명인 나균안이 에이스 구실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인 구단별 분배가 드러난다. 박세웅과 나균안이 동시 선발되면 롯데는 토종 원투펀치 없이 2주 동안 페넌트레이스를 치러야 한다. 고우석이 AG 대표팀 클로저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박명근, 혹은 정우영도 선발되면 LG는 경기 후반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SSG는 최지훈, 박성한이 태극마크를 달면 외야와 내야 센터라인 기둥이 사라진다. 키움은 선발이 확실한 이정후, 김혜성이 빠지면 공수주 모두에서 전력이 크게 떨어진다.

둘 중 한 명만 대표팀에 출전하면 그래도 계산이 서는데 둘 다 빠지면 대안을 찾기 힘들다. 아무리 대표팀을 우선시해도 막상 이렇게 핵심 선수 두 명이 빠져나가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SSG, LG, 롯데가 3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대표팀 구성이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을 결정할지도 모른다.

컨디션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고우석, 구창모, 곽빈 모두 WBC 후유증을 앓으며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6월 대표팀에 선발한 선수의 9월 AG 컨디션은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전력강화위원은 “한창 시즌을 치르는 상황에서 3달 후 컨디션을 어떻게 알 수 있나”며 대표팀 구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음을 밝혔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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