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동료의 퀄리티가 확 달라진다. 이강인의 능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이다.

현재 마요르카 소속인 이강인의 파리생제르맹(PSG) 이적이 임박했다. 프랑스 언론 레퀴프를 비롯한 주요 언론은 이강인의 파리행을 보도하고 있다. 이적료는 2000만유로(약 275억원)에서 2200만유로(약 303억원)로 알려진 가운데 계약기간은 5년으로 장계 계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강인은 12년간 몸담았던 스페인 무대를 떠나 프랑스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PSG는 프랑스 리그1의 ‘공룡’ 같은 팀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지난 5월 발표한 축구 클럽 가치 순위에서 7위에 자리했다. 무려 42억1000만달러(약 5조3690억원)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토트넘 홋스퍼, 아스널을 비롯해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보다 순위가 높다. 라리가에서도 중소 규모에 속하는 마요르카와는 전혀 다른 스케일의 팀이다. 유럽 내 이강인의 입지가 어느 정도로 상승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이적이다.

리그1의 수준이 라리가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강인의 PSG 이적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이다. 일단 이강인은 금전적으로 큰 이득을 얻는다. 스페인 언론 마르카에 따르면 이강인은 이번 이적에서 발생하는 이적료의 30%를 받는다.

2021년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에 이적할 당시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았고, 연봉도 낮췄기 때문에 향후 타 구단으로 이적할 때 나오는 이적료의 일부를 받기로 계약했다. 2200만유로의 30%면 660만유로(약 91억원)에 달한다. 이 금액만 해도 이강인이 마요르카에서 받던 연봉(50만유로)의 11배에 달한다.

여기에 연봉도 수직으로 상승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제안했던 연봉이 최소 300만유로(41억원)에서 400만유로(약 55억원)였던 것을 고려하면 PSG도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조건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것도 이강인에게는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PSG는 프랑스 리그1 우승을 당연하게 여기는 팀이다. 2012~2013시즌을 시작으로 지난 11시즌간 무려 9회나 챔피언을 차지했다. 리그 내에서의 규모가 홀로 커 리그 우승보다는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성과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강인은 발렌시아 시절 UEFA 클럽대항전에 나선 적이 있다. 2018~2019시즌 유로파리그, 2019~2020시즌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했는데 당시엔 거의 교체로 출전해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는 못했다. PSG에서 공들여 영입하는 선수인 만큼 이강인은 챔피언스리그에서 주요 선수로 활약할 기회를 얻었다. ‘별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입증하는 그림이다.

무엇보다 PSG는 이강인의 장점을 더 크게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마요르카에서 이강인은 사실상 ‘소년가장’이었다. 15골을 넣은 베다트 무리키 외에는 득점할 선수가 거의 없었다. 6골을 넣은 이강인이 팀 내 득점 2위일 정도로 다른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형편없었다.

이강인은 경기당 키패스 1.5회로 매 경기 뛰어난 어시스트 능력을 발휘했지만 정작 남은 공격포인트는 6도움뿐이었다. 아마스 은디아예(2골), 앙헬 로드리게스, 티노 카데웨어, 아브돈 프라츠(이상 1골) 등은 이강인이 제공한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축내 축구팬 입장에선 늘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마요르카의 선수비 후역습 전술도 이강인의 장점을 극대화하긴 어려운 배경이었다. 이강인은 수비 능력을 많이 개선했지만 수비보다 공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팀 스타일로 인해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하며 체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공을 직접 만지며 경기를 조립하는 이강인의 특성을 절제해야 했다. 게다가 공격수뿐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이강인과 보조를 맞추기엔 부족함이 있어 공이 돌아오지 않는 모습도 많았다.

마요르카와 달리 PSG는 리그에서 늘 경기를 주도하는 팀이다. 경기당 평균 60% 이상의 볼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공격하는 시간이 길다. 프랑스 내에서는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기 때문에 이강인에게 비중이 쏠리지 않아 부담도 적다. 축구 지능이 높은 이강인이라면 수준 높은 동료를 활용해 더 창조적이고 기술적인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다.

킬리안 음바페, 네이마르의 잔류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강인의 키 패스를 받아 득점할 동료는 분명 마요르카 시절보다 많을 것이다.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할 만한 환경이다. 팀 내 경쟁은 더 치열해지겠지만, 지난시즌 이강인이 보여준 실력이라면 주전 경쟁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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