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제주=장강훈기자] 한국의 ‘코다 자메’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생겼다. 언니가 우승하자 동생이 인생 라운드로 릴레이 우승에 도전한다.

주인공은 고지원(19·삼천리)이다. 맥콜·모나 용평오픈에서 우승한 고지우(22·삼천리) 동생이다. 고지원은 13일 제주 더 시에나컨트리클럽(파72·647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총상금 8억원) 첫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냈다. 8언더파는 고지원의 라이프 베스트. 그는 “땡볕에서 퍼팅 훈련한 보람이 있다”며 웃었다.

올해 정규투어에 데뷔한 고지원은 지난 2일 막을 내린 맥콜·모나 용평오픈에서 언니가 우승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봤다. 컷탈락해 일찍 짐을 싼 탓이다. “크게 자극됐다. 나도 우승하고 싶었는데 (언니가 하는 것을 보고) 빨리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열정이 불타오른다”며 웃은 고지원은 “퍼팅이 잘돼 인생 최소타를 적었다. 지금 느낌을 대회 끝까지 유지하고 싶다”고 바랐다.

전날 땡볕에서 맹훈련한 성과다. 고지원은 “코치님께서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신 게 도움이 됐다. 퍼팅을 찍어치는 느낌이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들어치는 쪽으로 스트로크를 수정했다. 손목을 유연하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뙤악볕에서 맹훈련한 것은 비단 언니의 우승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동기들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슈퍼루키 삼총사’로 불리는 황유민(20·롯데) 김민별(하이트진로) 방신실(KB금융그룹·이상 19)이 크게 주목받은 것에 반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고지원은 “주목받을 성적을 못냈기 때문”이라며 “친한 동기들이 주목받는 게 부러웠는데 나도 잘해서 슈퍼루키 대열에 끼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제주는 고지원의 고향이다. 제주 골프장 특유의 한라산 브레이크 탓에 경험이 적은 선수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 김민별은 이날 퍼팅만 36번을 하는 등 고전 끝에 5오버파로 마쳤다. 고지원의 8언더파가 얼마나 빼어난 기록인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 고지원은 “한라산 브레이크는 내리막으로 보여도 오르막인 경우도 있고, 왼쪽으로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는데 오른쪽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야디지북에 있는 한라산 위치를 보고 퍼팅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에서 대회를 치르니 편안하다. 아는 분이 갤러리로 와서 응원도 해주셨다. 코스는 처음 돌아봤는데, 그린주변 플레이만 신경쓰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하루 다른 게 골프여서 선두라는 생각은 안한다. 평소와 똑같이 남은 라운드를 소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타수를 잃는 편이 아닌데 정규투어는 핀위치도 까다롭고 코스도 어렵다. 정신을 잃으면 금세 두 타씩 잃을 수도 있다. 실수없이 내 플레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고지원은 “또 퍼팅 훈련하고 퇴근할 것”이라며 밝은 표정으로 연습 그린으로 향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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