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이제 시청률의 의미가 많이 사라졌다 생각해요.”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에서 주인공 이로움을 연기한 배우 천우희는 종영을 앞두고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은 소감을 전했다. 그가 주연으로 나선 ‘이로운 사기’는 첫 회 시청률 4.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이하 동일)로 출발, 최종회 4.5%로 막을 내렸다.

돌풍을 일으켰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성적표지만 시청자들의 충성도만큼은 으뜸이었다. 첫 회 시청률과 최종회 시청률이 엇비슷한 성적이라는 건 한번 본 시청자들이 꾸준히 계속 ‘본방사수’를 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는 천우희의 전작 JTBC ‘멜로가 체질’(2019)과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멜로가 체질’은 가구 시청률이 1%에 불과했지만 탄탄한 서사와 배우들의 개성있는 연기력에 힘입어 네이버TV 동영상 전체 재생수 1000만 뷰를 기록하며 역주행했다.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온라인상에서 긍정적인 반응들이 많아 한시름 놓았어요. 요즘엔 본방송을 시간맞춰 보기보다 ‘몰아보는’ 추세다 보니 ‘이로운 사기’도 ‘멜로가 체질’처럼 생명력이 긴 작품이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로운 사기’는 사기꾼 이로움과 변호사 한무영(김동욱 분)이 공조해 절대악에 복수하는 내용을 그렸다. 천우희가 연기한 이로움은 IQ 180에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의 소유자다. 어린 시절 TV에 출연해 ‘천재 소녀’로 주목받다 부모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10년을 복역한 아픈 사연을 가졌다.

이로움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집단에 복수하기 위해 카지노 도박사, 사업가, 아동심리 상담가, 검사, 상속녀 등 다양한 ‘부캐’로 변신하며 천부적인 사기 재능을 발휘한다. 때로는 스모키 화장을 진하게 하고 나타나 카지노 도박사로 변신하기도 하고 사업가, 아동심리 상담가, 검사, 상속녀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공감불능’이라는 면모도 지닌 인물이다.

천우희는 일반적이지 않은 주인공 이로움을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있게 보여주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모든 사람을 효율성에 따라 평가하는 이로움을 천우희 자신이 공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이로움과 자신의 비슷한 면을 발견했다.

“이로움의 ‘공감불능’ 설정은 공감을 못하는 게 아니라 해보지 않은 거라 생각했죠.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상황들에 의해 생겨난 특성이라 여겼어요. 그런데 회가 거듭할수록 로움이가 나와 같은 모습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심이 강한 부분이 로움이와 비슷했죠. 모든 사람에게 둘러싸여 사랑받긴 하지만 배우가 오롯이 해내야 하는 몫 관련해서는 외로울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과공감쪽에 속하는 편이에요. (웃음)”

‘이로운 사기’는 독특한 연출시도로 호평받기도 했다. 극중 이로움이 새로운 부캐로 변신해 사기를 친뒤 다시 이로움으로 돌아오면 카메라를 응시하며 내레이션을 하는 장면으로 시청자들에게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안겼다.

“흡사 인형놀이를 할 때 옷을 갈아입히거나 역할놀이를 하는 것처럼 저한테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카메라를 보며 연기한 적이 없다보니 초반에는 다소 낯설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걸 이겨내고 시청자들과 함께 작당 모의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로운 사기’는 이로움이 적목 회장 ‘제이’(김태훈)에게 복수하는 결말로 마무리됐다. 천우희는 “누군가에겐 뻔한 결말이지만 본질을 꿰뚫은 시의성있는 결말”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내며 “작품의 메시지는 ‘공감’이라고 설명했다.

“왜 사람들이 다크 히어로를 좋아하는지를 알 것 같았어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황들을 작품에서 보여 줬다고 생각해요. 사회 전반적으로 혐오와 분노가 만연하지만 ‘이로운 사기’는 서로의 동행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았죠. 공감이 작은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사람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믿어요.”

지난 2004년 데뷔한 천우희는 내년이면 데뷔 20년차인 중견배우다. 대표작인 영화 ‘써니’(2011)에서 일진 고등학생으로, ‘한공주’(2014)에서 성범죄 피해자를 연기하는 등 개성 강한 인물을 소화해 낸 그는 자신의 19년 연기 인생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난 19년간 탄탄대로만 걸은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길이 가시밭길이든 진흙탕길이든 아주 잘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미지의 영역을 다 밟아보고 싶은 사람으로서, 비단길이든 꽃길이든 어려운 길이든 다 가보고 싶어요. 길이 아닌 곳을 개척하는 것에 큰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껴요. 나중에 그 길이 어떻게 평가될지는 모르지만, 매 작품 최선을 다할 계획이에요.”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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