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불과 6년 전.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는 K리그에 막 데뷔한 신인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거함 바이에른 뮌헨은 19일(한국시간) 김민재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5년으로 김민재는 자신을 상징하는 3번을 달고 2028년까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뛴다.

공식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으나 김민재의 이적료는 5000만유로(약 711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재의 전 소속팀 나폴리에서 지정한 바이아웃 금액이다. 세후 연봉은 최소 1000만유로(약 142억원)에서 최대 1200만유로(약 171억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은 모든 축구선수의 꿈이다. 뮌헨에서의 모든 일이 기대된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여기서 계속 발전하겠다. 구단과 대화하며 나에게 관심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느꼈다.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가능한 많은 우승 타이틀도 얻고 싶다”라는 입단 소감을 밝혔다. 입단 발표후 김민재는 곧바로 훈련에 합류해 피지컬 트레이닝을 하며 여독을 풀었다.

엄청난 도약이다. 김민재는 2017년 전북 현대 소속으로 K리그1에 데뷔했다. 바로 그해 김민재는 월드컵 예선을 통해 A매치에 등판했고, 중국세가 아시아를 휩쓸던 2019년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했다. 중국 이적 후에도 김민재는 유럽에 지속해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를 보는 시선은 회의적이었다. 중국을 거쳐 유럽에 가는 게 쉽지 않다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압도적인 실력을 유지하며 2021년 여름 튀르키예의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며 유럽 도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딱 한 시즌만 뛰고 김민재는 3대 빅리그로 꼽히는 이탈리아 세리에A의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다. 수비의 본고장에서 2022~2023시즌 베스트 수비수상을 받은 그는 마침내 유럽 축구의 심장이자 대표 빅클럽 중 하나인 바이에른 뮌헨에 도달했다.

6년간 총 다섯 팀을 거치는 사이 김민재의 가치는 수직으로 상승했다. 이적전문매체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김민재의 시장 가치는 100만유로(약 14억원) 수준이었다. 2021년 튀르키예 이적 후 650만유로(약 92억원)로 급상승했고, 나폴리 선수가 된 뒤 2500만유로(약 355억원)로 세 배 이상 뛰었다.

유럽 정상급 센터백으로 도약한 김민재의 현재 시장 가치는 이번 이적료 5000만 유로를 웃도는 6000만유로(약 852억원)에 달한다. 실제 이적료도 천문학적으로 뛰었다. 베이징 이적 당시 전북이 받은 이적료는 525만유로(약 75억원)로 알려져 있지만 불과 4년 만에 10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이번 이적을 통해 김민재는 역대 최고의 아시아 선수에 등극했다. 국내로 보면 손흥민이 2015년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할 때 발생한 이적료 3000만유로(약 426억원)를 크게 뛰어넘어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했다.

아시아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나카지마 쇼야가 2019년 포르투갈의 포르티모넨세를 떠나 카타르의 알 두하일로 이적할 때 3500만유로(약 497억원)의 이적료가 나왔다. 유럽 이적은 아니라 가치나 상징성 면에서는 김민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바이에른 뮌헨 역대 이적시장으로 봐도 김민재의 이적료는 높은 수준이다. 2019년 뤼카 에르난데스(8000만유로), 2022년 마티아스 더 리흐트(6700만유로)에 이어 3위다. 그만큼 공들인 영입이다. 실제로 바이에른 뮌헨은 이달 초 김민재의 기초군사훈련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구단 메디컬 스태프를 국내로 파견해 서울 모 병원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시행할 정도로 정성을 보였다.

한국 축구의 새 지평을 여는 이적이기도 하다. 바이에른 뮌헨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클럽이다. 빅클럽이라는 표현을 넘어 메가 클럽이라 불릴 정도다.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 랭킹에서도 2위에 올라 있다. 국내 축구 팬 사이에서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함께 ‘레바뮌’으로 묶여 3대 빅클럽으로 꼽힌다.

팀의 후광과 선수 개인의 가치가 동시에 빛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박지성이 황금기에 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며 수많은 트로피를 손에 넣었으나, 박지성 개인이 화려하게 빛난 것은 아니었다. 2005년 당시 박지성의 이적료는 600만유로(약 85억원)였다. 18년 전 일이라 물가 차이를 고려해야겠지만 김민재 이적료와 차이가 크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까지 차지할 만큼 탁월한 개인 능력을 보였지만 팀의 후광이 약하다. 그는 토트넘에서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독일 주요 언론은 김민재를 2023~2024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수비수로 분류한다. 다요 우파메카노를 밀어내고 더 리흐트와 중앙 수비 한 자리씩을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우승을 밥 먹듯 하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김민재는 팀과 개인의 성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기회를 품게 됐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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