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김경무전문기자] “국민 삐약이요? 탁구팬 여러분들이 좋은 뜻으로 응원해주시는 별명이니, 너무 기분이 좋아요. 한국 여자탁구 에이스요? 또 그렇게 불러주시니 감사하네요.”

당돌하지 않았다. 차분했고, 결코 튀지 않는 담담한 답변들만 내놨다. 마치 착한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얘기하는 듯했다.

지난 19일 오전 인천시 서구 원당동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훈련장에서 만난 신유빈(19·대한항공). 올해 5월 2023 더반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최근 4주 동안 WTT(월드테이블테니스) 4개 대회 등에 출전하느라 몹시 바빴던 그는 고단함을 잊은 듯 편안해보였다

“오른손목 괜찮아졌어요. 외국 다녀와 병원 다니느라 바빴죠. 어깨 부상 등 치료하느라고요.” 어머니(홍미선)는 이렇게 귀띔한다.

신유빈은 얼마 전 10대 때의 마지막 생일(2004년 7월5일생)을 맞았다. 탁구신동으로 주목을 끌던 꼬맹이 때의 그가 아닌, 이제 매우 성숙해진 모습이다.

탁구 얘기는 그동안 질리도록 많이 나왔기에, 운동하지 않을 땐 무엇을 하며 지낼 지 궁금했다.

“영화나 드라마 보고, 케이팝(K-POP)에도 관심이 많아요. 예능 프로그램도 많이 보는데, 런닝맨을 제일 좋아해요. 너무 웃겨요. 오늘 아침에도 보고 왔어요. 항상 런닝맨 채널만 찾아요.”

신유빈은 유재석 뿐만 아니라 모든 출연진의 합이 웃긴다면서 “진짜 런닝맨은 매일 본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케이팝을 좋아해서 뉴진스나 르세라핌, 투바투 노래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영화는 ‘미니언즈’ 등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

지난 22일엔 롯데 자이언츠의 홈 경기 때 시구자로 초청도 받았는데 스포츠 종목 중 좋아하는 게 프로야구다.

“야구장도 많이 가보고, 경기 볼 시간은 많이 없는데, 워낙 인기스포츠이니까. TV에도 많이 보이고….”

10대로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떤 생각일까? “특별히 생각은 딱히 없어요. (탁구) 기술적으로 많이 생각합니다.” 참 짧은 답이다. 스포츠 스타 중 롤모델이나 존경하는 레전드도 생각을 많이 해보지 않았다.

다시 탁구 얘기로 돌아왔다. 지난 5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띠동갑 언니인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와 여자복식 결승까지 올랐으나 아쉽게 은메달에 만족했다.

신유빈은 “후회는 없었고, 엄청 만족도 없었고, 엄청 슬프지도 않았다”고 돌아봤다. 둘은 4강전에서 세계 1위 중국의 쑨잉샤-왕만위를 잡았으나, 결승에서 7위 중국의 첸멍-왕이디에 석패했다.

“중국 선수들이 저희 분석을 더 많이 하고 들어왔어요. 저희의 작전변화가 한발 늦었던 것 같아요. 그에 맞춘 빠른 대응을 했어야 하는데….”

WTT 4개 대회를 뛰고 얻은 소득과 교훈에 대해선 이렇게 말한다.

“첫 대회에서 나의 탁구에 대해 심각성을 느낀 것 같아요. 그전에는 부상이나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린 것 때문에, 나의 공간에 기술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던 것 같아요. 몸 관리나 멘탈이 너무 무너져 있으니까.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아 기술적으로 많이 접근을 못했어요. 큰일났다! 위기감을 느꼈죠. 심각성을 느끼고 다시 생각해보니까, 좀 뒤에 있는 경기에서는 좋은 경기내용을 만든 것 같아요.”

신유빈은 그러면서 “위에 있는 선수들을 이기려면 그냥 진짜 모든 게(기술, 체력, 경기운영, 정신력 등) 좋아야 한다.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된다. 잘하는 선수는 그 하나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너무 부족해서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세계랭킹은 현재 여자단식 9위, 여자복식 1위, 임종훈(26·한국거래소)과 짝을 이룬 혼합복식은 4위다. 그렇지만 그는 랭킹에 대한 목표 설정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실력을 쌓아 더 단단해지면, 랭킹은 그에 맞춰 따라온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없는 모양이다. “응원해주시는 게 나에게는 승리의 원동력이죠. 부담은 안됩니다.”

그는 2년 전 겪은 오른손목 골절 부상과 관련해서는 “그때보다 낫다. 그 외의 부상은 다른 선수들도 있는 것이니까, 그건 극복해야 할 선수의 임무라 생각한다”고 했다.

다가올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9.23~10.8) 목표에 대해선 “연습 때 했던 것을 시합에서 사용하고, 앞으로 발전성 있는 탁구를 치고 싶고, 그런 탁구를 치다 보면 좋은 성적도 따라오지 않을까 한다”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먼저 실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유빈은 지난 24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다시 탁구대표팀 훈련에 돌입했고, 브라질과 페루에서 열리는 WTT 대회 출전을 위해 31일 출국한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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