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쿄=정다워기자] 영리하게 공을 차는 일본 선수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똑똑한 선수.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가 괴물인 이유다.

김민재는 29일 일본 도쿄의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도쿄 투어 2023 프리시즌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전 45분을 소화하며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데뷔전을 치렀다.

김민재는 지난 6~7월 기초군사훈련을 받았고,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한 지도 겨우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85kg이었던 체중이 80kg으로 감소해 몸을 만드는 과정에 있는데, 경기력은 완벽에 가까웠다. 김민재가 버티던 전반전에 가와사키 공격진은 무기력했다. 제대로 된 슛도 한 번 시도하지 못했다. 김민재는 안정적인 수비에 확률 높은 빌드업, 여기에 상대를 공포로 몰아넣는 공격력까지 선보였다. 말 그대로 ‘퍼펙트’ 데뷔전이었다.

김민재를 상대한 가와사키 선수들은 하나 같이 혀를 내둘렀다. 경기 초반 김민재 뒷공간으로 치고 달리기를 시도하다 단칼에 공을 빼앗긴 윙포워드 세가와 유스케는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김민재에 대해 “간격을 좁히는 방법이 좋고, 예측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빨랐다. 생각보다 먼저 몸이 공을 향해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나가는 패스도 좋다. 정말 빠르더라. 굉장히 역동적인데 머리가 너무 좋아 보였다. 정말 좋은 선수 같다. 존재감이 큰 선수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 큰 선수라고 느꼈다.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큰 팀에서 아시아 선수가 뛴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자극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격수 고바야시 유는 “참 명확한 선수다. 격하게 수비할 때나 상대와 간격을 두고 수비할 때나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임기응변이 정말 뛰어났다. 역시 영리한 선수라고 느꼈다”라며 세가와와 비슷한 평가를 했다.

김민재를 잘 알지만 처음으로 경기에서 마주한 베테랑 골키퍼 정성룡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정성룡은 “벽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수비뿐 아니라 세트피스, 공격 상황 스프린트까지 대단하다. 컨디션이 하나도 안 올라왔는데도 저 정도다. 컨디션이 올라오면 정말 더 무시무시할 것 같다”라며 감탄했다.

김민재는 키가 190cm에 육박하는 장신이다. 피지컬은 서양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엄청난 신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덩치에 비해 매우 빠르고, 탄력까지 좋아 공중볼 처리 능력도 탁월하다. 컴퓨터로 따지면 ‘하드웨어’가 최고급인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까지 좋다. 부드러운 볼 터치와 정확한 패스가 일품이다. 김민재는 현대 축구가 센터백에게 요구하는 모든 플레이를 능숙하게 해내는 선수다. 높은 사양의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최신식 소프트웨어까지 장착한 선수가 바로 김민재다.

높은 축구 지능이 기본에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민재는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빠르게 반응해 다음 동작을 이어간다. 강한 압박이 들어올 때 상대 이동 방향을 본능적으로 역이용해 압박에서 벗어나고, 넓은 시야를 활용해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선수를 향해 패스를 연결한다. 이날도 중앙 미드필더인 요슈아 키미히, 콘라트 라이머, 혹은 자말 무시알라에게 정확한 패스를 배달하며 공격의 기점 구실을 했다. 겨우 한 경기를 했을 뿐이지만 김민재는 자신이 왜 괴물인지를 제대로 증명했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