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우리 팀은 오른손에 비해 왼손은 좀 부족하다. 황준서도 충분히 좋다.”

지난 6월이었다. 장현석의 미국행 여부가 초유의 관심사인 시기에 한화 손혁 단장은 플랜B도 일찍이 확정 지었음을 전했다. 모두가 예상하는 그대로 전체 1순위 지명권의 주인공이 장현석이 돼도 좋지만 장현석이 메이저리그(MLB) 구단과 계약을 맺어도 괜찮다고 봤다. 좌투수 황준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량만 놓고 보면 1일 MLB 진출을 발표한 장현석이 황준서보다 위다. 하지만 시야를 넓게 두면 한화 입장에서 장현석의 MLB행은 손해가 아니다. 문동주, 김서현, 그리고 장현석으로 이어지는 시속 160㎞ 영건 트리오는 성사되지 않았으나 마운드 구성을 보면 좌투수가 부족하다. 현재 1군 엔트리에 김범수(28)와 정우람(38)을 제외한 20대 초반 토종 좌투수가 없다.

왼손 유망주가 없지는 않다. 2021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한 김기중은 1군 무대에서 50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1군 전력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후반기를 2군에서 맞이한 김기중은 최근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3이닝을 소화했다. 김기중이 왼손 선발 투수가 되는 게 한화에 있어 베스트 시나리오지만 매년 구속에서 기복을 겪는 김기중이다.

그래서 황준서도 나쁘지 않다. 2학년이었던 지난해부터 청소년 대표팀에 승선한 황준서는 최근 프로에 입단한 고교 좌투수 중 특급으로 꼽힌다. 올해 윤영철, 2022년 이병헌, 2021년 이의리와 김진욱 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상위 지명된 좌투수인데 이들보다 황준서의 잠재력이 한 수 위라는 평가도 있다.

A구단 스카우트는 “마운드 위에서 안정감을 보면 이전에 상위 지명된 좌투수들보다 황준서가 낫다. 비록 청룡기에서 구속이 줄기는 했지만 변화구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올해 초 신세계이마트배까지만 해도 150㎞가 나온 만큼 구속은 금방 다시 올라올 것으로 본다. 황준서는 잘 성장하면 구위와 안정성을 겸비한 투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문동주, 김서현, 장현석이 아닌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의 영건 트리오를 구축할 한화다. 장현석이 KBO리그 다른 팀으로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리스크도 없다. 장현석과 황준서. 전체 1순위급 투수가 두 명이나 있어 여유가 생겼다.

한화의 시선은 1라운드를 지나 2, 3라운드로 향한다. 2022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포수 허인서, 2023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내야수 문현빈을 지명했다. 오는 9월에 열리는 2024 신인 드래프트는 투수 강세지만 지난 2년처럼 야수로 시야를 돌릴지도 모른다. 포수 이상준, 내야수 박지환, 이재상, 조현민, 외야수 이승민과 박채율 중 한 명이 한화 레이더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2024 신인 드래프트는 9월 14일에 열린다. 1일 대통령배가 개막한 가운데 대통령배가 끝나면 각 팀의 드래프트 전략도 확정된다. 1라운드 황준서를 시작으로 매 라운드 가장 먼저 선수를 호명할 한화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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