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초특급 에이스에 맞서 명품 투수전을 만들었다. LG 우투수 이정용(27)이 선발 전향 후 가장 강렬한 경기를 펼쳤다. 키움 안우진과 함께 6회까지 실점하지 않으며 팀 6연승에 발판을 만들었다.

이정용은 2일 잠실 키움전에서 70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3안타 2탈삼진 0볼넷 무실점으로 맹활약했다. 올시즌 처음 주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포크볼의 비중을 높이면서 키움 타자들의 머릿속을 흔들었다. 속구와 슬라이더 투피치 유형의 투수가 포크볼과 커브를 섞었고 타이밍에서 우위를 점했다.

장점인 구위와 제구력도 빛났다. 마지막 이닝인 6회까지 속구의 구위를 유지했고 볼넷도 범하지 않았다. 5회를 제외하면 득점권에 주자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이정용이 안우진과 대결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LG는 6-3으로 승리. 6연승을 달렸다. 이정용은 통산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다음은 경기 후 취재진과 이정용의 일문일답.

-시작부터 좋았다. 1회 공 8개만 던졌는데.

사실 경기에 앞서 팔을 풀 때는 좋지 않았다. 좀 어려운 경기를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1회를 잘 넘기면서 잘 풀린 것 같다. (박)동원이 형 리드도 정말 좋았다.

-오늘 포크볼(27개)이 속구(22개)보다 많았다.

사실 팔을 풀 때는 포크볼이 좋지 않았다. 오늘 경기에서 포크볼에 중점을 뒀는데 던지다 보니 좋았고 무엇보다 동원이 형과 호흡도 좋았다.

-커브와 슬라이더도 꾸준히 던졌다. 오늘 같은 투구라면 포피치 투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선발 투수처럼 던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욕심을 좀 버렸다. 궂은일은 내가 다 하고 그냥 팀만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기로 했다. 지금도 마음은 변화가 없다. 그리고 오늘까지 내가 선발 등판한 다섯 경기 중 네 경기에서 이겼다. 이런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커브 선생님은 임찬규, 포크볼 선생님은 김진성이라고 들었다.

브레이크 기간에 훈련했다. 특히 브레이크 기간 막바지에 찬규 형과 캐치볼을 하면서 커브의 감을 알았다. 찬규 형 덕분에 커브를 잘 써먹고 있다. 진성이 형도 많이 얘기해주고 있다. 포크볼이라는 게 한 번에 될 수 없는 거라고 하는데 그래도 꾸준히 훈련했고 오늘 결과가 잘 나왔다.

-최원태가 왔다. 선발 투수로서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는데.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원래 나는 불펜 투수였다. 올해는 정말 욕심이 없다. 그냥 건강하게 시즌 마무리하고 팀만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초반에 너무 안 좋았으니까 나는 안 되더라도 팀에 좋은 기운을 주자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긍정적인 생각이 팀 승리로 나오는 것 같다.

오늘 다섯 번째 선발 등판이었는데 이전 네 번 모두 상대 투수가 외국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외국인보다 더한 괴물을 만났다. 그래도 이전 네 번 중에 세 번을 이겼으니까 오늘도 나는 못 해도 팀은 이길 거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원래 올해 상무에 가서 선발 투수를 할 계획이 있었다. 올시즌 1군 선발 등판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올해가 내 야구 커리어에서 좋은 경험을 하는 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과는 안 좋아도 나중을 위해 도움이 되는 시즌, 공부가 되는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확실히 선발이 어렵나?

어렵기는 하다. 짧게 던지다가 길게 던지는 것도 어렵다. 공을 많이 던지는 만큼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이다. 우승하고 싶은 마음도 강할 것 같다.

그러면 더할 나위 없다. 사실 내게는 좀 싱숭생숭한 시즌이다. 처음에 너무 안 좋았으니까 이제는 즐기려고 했는데 또 결과가 안 나오니 못 즐기겠더라. 그래도 좋은 경험하고 팀은 우승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선발 전향을 권유한 감독님께서 오늘 특별히 한 말이 있나?

선발 전향은 나도 주장을 했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데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런데 보답을 못해서 할 말이 없었다. 오늘 감독님이 ‘정말 잘했다. 포크볼이 잘 되니 잘 풀렸다’고 하셨는데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못 해서 죄송합니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믿어주셨는데 지금까지 못 해서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

-6회까지 0-0으로 팽팽한 선발 대결을 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멋진 경기를 치른 소감을 말해달라.

매 이닝 새로운 마음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좋은 이닝이든 나쁜 이닝이든 늘 새로운 이닝이라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랐고 그래서 결과도 잘 나온 것 같다. 또 많이 배운 경기가 됐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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