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단 두 경기를 했을 뿐이지만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의 존재감은 커져만 간다.

김민재는 2일 싱가포르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리버풀(잉글랜드)과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전 45분을 소화했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전에 이은 두 번째 경기였다.

김민재는 가와사키전과 마찬가지로 중앙 수비의 왼쪽에 자리했다. 수비 파트너는 뱅자맹 파바르에서 다요 우파메카노로 바뀌었다. 레프트백 알폰소 데이비스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토마스 투헬이 김민재의 포지션으로 중앙 왼쪽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경기였다.

가와사키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김민재가 뛴 전반전에 바이에른 뮌헨은 두 골이나 허용했다. 전반 2분 만에 코디 각포의 빠른 역습에 일격을 맞았다. 김민재는 공을 차단하기 위해 미드필드 지역까지 빠르게 튀어 나갔는데, 결국 이 선택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어 전반 28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버질 판다이크의 헤더를 막지 못해 추가골을 내줬다. 두 골 모두 김민재가 직접적인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센터백으서 부담을 느낄 만한 장면인 것은 분명했다.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김민재의 경기력은 전체적으로 우수했다. 각포를 비롯해 모하메드 살라, 디오구 조타 등 리버풀의 공격진을 무리 없이 막아냈다. 바이에른 뮌헨은 여러 차례 역습을 허용했지만 김민재의 빠른 커버 플레이로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대인 마크 면에서 김민재는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전반 33분에는 환상적인 롱패스로 바이에른 뮌헨에서 첫 번째 공격포인트까지 기록했다. 후방에서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정확하면서도 예리한 공간 패스를 연결했고, 이 공을 세르주 그나브리가 잡아 마무리하며 만회골을 넣었다. 그나브리의 마무리도 빛났지만 김민재의 패스 자체가 일품이었다.

김민재는 현대 축구에서 평가하는 ‘완성형’ 센터백이다. 이 포지션에서 필요한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뮌헨이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5000만유로(약 710억원)의 이적료를 주고 김민재를 영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0cm에 육박하는 강력한 피지컬에 힘과 높이, 상대 공격에 뒤지지 않는 스피드까지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기본기가 좋아 볼 터치, 패스 능력도 뛰어나다. 이날도 롱패스를 6회 시도해 모두 성공시켰다. 웬만한 미드필더도 하기 어려운 어시스트를 센터백이 해내는 진귀한 장면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민재는 원래 킥 능력이 좋은 편이다. 나폴리 소속으로 뛴 지난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도 35경기에서 91%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패스만 구사하는 게 아니라 공격으로 이어지는 전진 패스도 많이 시도하는 것을 고려하면 분명 주목할 만한 지표다.

김민재의 몸 상태가 아직 100%가 아닌 것을 고려하면 상상 이상의 빠른 회복, 적응력이다. 김민재는 6~7월 기초군사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여전히 컨디션이 평소에 미치지 못한다. 원래 일반적인 선수들은 훈련소에 다녀오면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1~2개월이 걸리는 선수도 있다. 그런데 김민재는 팀에 합류한 지 이제 막 2주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실전에 출전하며 뛰어난 활약까지 펼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일본,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프리시즌 투어를 마치고 독일로 복귀했다. 8일 AS모나코(프랑스)와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13일 RB라이프치히와의 독일 슈퍼컵에서 2023~2024시즌의 문을 연다. 현재 페이스라면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 생활도 순조롭게 흘러갈 전망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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