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패션트렌드는 계절과 거꾸로 가고 있다. 이른바 ‘시즌리스 패션’이 올여름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올드머니룩’이 인기를 끌면서 한여름에도 트위드, 캐시미어와 같은 다소 두꺼운 소재 의류가 7~8월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했다. 차별화된 고급스러움이 고객 눈길이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계절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소비’ 경향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MZ세대는 계절용에 불과했던 패션 아이템들을 사계절 내내 스타일링 할 수 있는 시즌리스 아이템으로 변모시켰다.

한여름에 니삭스, 롱워커를 신고 니트류와 같은 시즌리스 아이템을 착용한 MZ세대의 모습은 이제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모두 한여름 패션으로 여겨지지 않는 시즌리스 아이템들이지만 MZ세대는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Y2K 패션 등의 영향으로 가을, 겨울에 신던 롱부츠, 워커 등을 코디하며 계절 제한 없이 한여름엔 무조건 시원하게 입는다는 공식을 깨고 있다. 이에 각 패션 플랫폼도 소비자들의 니즈에 빠르게 대처하며 시즌리스 아이템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패션플랫폼 에이블리의 최근 한 달(7/6~8/6) 에이블리 검색 데이터 분석 결과 ‘반소매 니트’ 검색량은 지난 동기 대비 310%, ‘민소매 니트’는 85% 증가하는 등 니트 소재 의류 검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타킹류의 패션 소품 카테고리에서도 계절을 잊은 모습 나타났으며, 종아리를 덮는 기장의 ‘롱 레그워머’ 검색량은 280%, ‘레그워머’ 검색도 200% 증가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플랫폼 ‘지그재그’의 지난달 7월 롱워커 거래액이 2배 증가했다. 지그재그에서는 불볕더위였던 지난 7월 무릎까지 올라오는 롱워커 거래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이상(105%) 급증했다. 진나 6월과 비교해도 13% 늘어난 수치다.

지난 7월 발목까지 오는 앵클부츠 거래액도 지난해 동기 대비 55% 늘었다. 또 양말을 착용하고 샌들을 신는 패션 매치도 유행하며 양말 거래액도 지난해 대비 114%, 전월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다. 일명 ‘제니 가방’으로 불리는 퀄팅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겨울 의류 소재인 패딩을 활용한 퀄팅백 인기도 한여름까지 이어지고 있다. 7월 패딩백, 퀄팅백 거래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31% 성장했고, 지난 6월과 비교해도 24% 늘면서 여름 들어 판매가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특정 계절용이라 생각했던 아이템들이 사계절 내내 스타일링 할 수 있는 시즌리스 아이템으로 바뀌면서 패션에 있어 계절이 사라지고 있다”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패션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향후 계절, 성별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스타일 트렌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패션플랫폼 29CM 검색량 증가도 눈에 띈다. 실제로 29CM가 지난 7월 한 달간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린넨’, ‘시어서커’, ‘실크’, ‘캐시미어’, ‘트위드’ 등 소재 이름으로 유입된 검색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량이 가장 많았던 소재는 능직으로 짠 천 소재인 ‘트위드’였고, 대표적인 여름 소재로 알려진 ‘린넨’, ‘시어서커’ 등이 뒤를 이었다. 두꺼운 트위드 소재가 여름 소재인 린넨, 시어서커보다 상위권에 올랐다.

올여름, 올드머니룩이 주목받으면서 겨울철 소재 아이템 매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9CM 관계자는 “올드머니룩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한여름에도 캐시미어, 트위드 등 겨울철 의류에 주로 쓰이는 소재에 대한 상품 구매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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