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완벽주의 성향 탓에 목표가 생기면 골프하기 싫어질 만큼 몰아붙인다.”

최장수 세계랭킹 1위(163주) 기록 보유자 고진영(28·솔레어)이 ‘즐기는 골퍼’로 변신을 선언한 이유를 공개했다.

고진영은 12일(한국시간) 영국 서리의 월턴 히스 골프클럽(파72·671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 위민스 오픈(총상금 900만달러) 2라운드에서 보기없이 4언더파 68타를 적었다. 중간합계 3언더파 141타로 공동 9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나쁘지 않은 하루를 보낸 고진영은 LPGA투어와 인터뷰에서 “어제와 달리 보기도 없었고, 굉장히 안정적으로 플레이했다. 전체적으로 잘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LPGA투어는 이자리에서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고 인터뷰한 이유를 물었다. 고진영은 이 대회 공식 기자회견 때 “골프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출전했다”고 말했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시차적응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았던 고진영은 모처럼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 도중 기권하는 등 곡절을 겪었다. 대회 기권 후 곧바로 잉글랜드로 날아가 또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는데, 약간의 번아웃이 온 인상마저 풍겼다. LPGA투어의 질문은 이런 맥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진영은 “안그래도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어서 목표를 세웠을 때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골프를 치기 싫어질 정도로 몰아붙인다”면서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열심히 하는데, 목표를 세웠을 때는 조금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편하게 생각하려고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에 충실할 때는 나도 모르게 다른 목표를 세우곤 한다. 그래도 최대한 세우지 않고 그 과정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서도 알 수 있듯 과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올해 메이저 퀸 탈환, 세계랭킹 1위 유지 등 목표 실현을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고진영은 원하는 결괏값을 내지 못하자 “때로는 훈련이 아닌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목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말은 쉼표를 찍어가며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자신과 다짐인 셈이다.

한편 이날 2라운드에서는 김효주가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이틀 연속 2타씩 줄인 김효주는 중간 합계 4언더파 140타로 릴리아 부, 교포 선수 앨리슨 리(이상 미국), 가비 로페스(멕시코)와 함께 공동 5위에 올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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