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한국 여자 골프의 ‘리빙레전드’인 박인비(35)가 내년 파리 하계올림픽기간 진행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출에 나설 한국 대표로 뽑힐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14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제2차 원로회의를 열고 내년 파리올림픽 기간 진행될 IOC 선수위원 선출 투표에 나설 국내 후보자로 박인비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평가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박인비가 대표로 나설 게 최종 확정된 건 아니다. 16∼17일 체육회 선수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박인비가 IOC 선수위원 한국 후보로 나설 전망이다.

앞서 체육회는 지난달 21일 각 종목 경기 단체에 후보자 추천 안내 공문을 보냈다. 지난 4일 마감 결과 배구 김연경, 골프 박인비, 사격 진종오, 태권도 이대훈, 양궁 오진혁, 배드민턴 김소영까지 6명의 추천 서류가 제출됐다.

파리올림픽 기간 총 4명의 IOC 선수위원이 선출된다.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추천한 후보를 대상으로 선수투표가 진행되는데, 각 NOC는 9월1일까지 후보자 1명을 IOC에 추천해야 한다. 체육회는 선수위원회의 내부 검토 및 자격 부합성 등 절차를 거쳐 이르게 후보 1인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었다.

체육회는 세부 평가항목 등에 관해서는 후보자 외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올림픽을 비롯해 국제대회 성적과 국제 업무를 수행할 만한 영어 능력, 국제적 인지도가 주 화두로 알려졌다. 역대 한국인 IOC 선수위원은 2명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처음 선출됐다. 또 아테네 대회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2016년 리우올림픽 기간 선출돼 8년 임기를 소화 중이다.

후보자 중 오진혁을 제외한 5명이 지난 10일 열린 체육회 평가위원회 비공개 면접에 참가했다. 애초 올림픽 최다 메달(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보유와 더불어 8년 전 유승민 현 위원과 경합하다가 ‘낙방’ 요인이 된 영어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알려진 진종오가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적인 ‘선수위원 당선’을 위한 객관적인 평가가 평가위원 사이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본지를 통해 “한국 대표로 뽑힌 뒤 각 NOC 후보와 경쟁하려면 인지도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또 선수위원으로 당선되면 스포츠 외교가로 역할을 잘 해야 하는데 영어 능력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월드스타로 불리는 김연경이나 박인비가 우세한 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김연경은 올림픽 메달이 없는 게 유일한 약점이었다. 박인비는 대중적인 종목인 골프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였을 뿐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또 최대 강점은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 거주하며 얻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 능력이다. 한국 대표가 되면 선거전에서 다른 나라 관계자를 유연하게 설득할 힘을 지녔고, 당선이 된 뒤에도 업무를 수월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다.

박인비는 지난 면접 당시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리우 올림픽과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건 선수위원을 향한 꿈 때문이었다. 올림픽 정신으로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이제 그 정신을 세계에 알리며 올림픽 무브먼트에 앞장서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유승민 현 선수위원이 선거 때 450㎞를 걷고 체중이 6㎏ 빠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는 500㎞를 걸어서 10㎏ 감량하는 걸 목표로 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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