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최대한 아무 생각 없이, 딱 하나만 생각해요.”

SSG ‘젊은 거포’ 전의산(23)이 살아났다. 기대를 안고 시작한 2023년이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아니다. 마음을 바꿨다. ‘무심(無心)’이다. 방향 설정을 다시 했다. 그랬더니 된다.

전의산은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결승 홈런을 때리는 등 1안타 2타점 3볼넷으로 날았다. 27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연장 10회초 결승타를 치며 2안타 1타점 2득점을 올렸다. 확실히 페이스가 올라왔다.

이제야 기대치에 걸맞은 활약이 나온다. 시즌 전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77경기에서 타율 0.249, 13홈런 45타점, OPS 0.797을 찍은 선수. 올시즌 주전 1루수로 낙점됐다. 전의산도 자신감을 보였다.

욕심이 컸을까. 2023시즌 사실상 ‘2년차 징크스’를 겪고 있다. 44경기, 타율 0.221, 4홈런 19타점, OPS 0.700에 그치고 있다. 1루 수비에서도 몇 차례 실책을 범하는 등 아슬아슬한 모습.

5월에 한 차례 1군에서 말소됐고, 6월22일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1군에서 다시 빠졌다. 부상 회복 이후 퓨처스에서 재정비 시간을 보냈다. 지난 18일 43일 만에 1군에 돌아왔다.

퓨처스에서 보낸 시간이 약이 됐다. 복귀 후 6경기를 치러 타율 0.429, 1홈런 3타점, OPS 1.293을 작성하고 있다. 자신이 기대했던, SSG가 원했던 방망이가 이제 나온다.

김원형 감독은 “작년 6월에 처음 콜업됐을 때 모습이 가장 좋았다. 욕심을 많이 내면서 타격이 안 됐다. 요즘은 아니다. 속구 타이밍에 나가다가 변화구가 와도 안타를 만들어낸다. 힘이 있으니까 된다”고 짚었다.

이어 “2스트라이크에 몰려도 잘 죽지 않는다. 중간 타이밍을 놓고 나가면서 헛스윙하지 않는다. 볼넷을 고르고, 안타를 친다. 결과가 나오니까 스윙에 자신감이 생긴다. 다시 좋은 결과를 부른다. 전의산 정도 되면 투수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의산은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히팅 포인트는 계속 앞에 둔다는 생각으로 친다. 대신 이진영 코치님께서 ‘오른쪽 어깨가 빨리 열린다’고 하셨다.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속구 타이밍에 나가되, 볼이라면 안 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 대응에 대해서는 “타이밍 자체는 계속 앞에 둔다. 대신 존을 최대한 높게 설정하려고 한다. 낮은 코스면 배트를 최대한 손을 안 내려고 한다. 그러면서 잘되고 있는 것 같다”며 씩 웃었다.

복귀 후 잘하고 있지만, 여전히 만족은 없다. “퓨처스에서 코치님들께서 많이 챙겨주셨다. 잘 준비해서 올라올 수 있었다. 작년에는 멋모르고 했다. 올해 욕심이 많았다. 이제 잘하는 것 외에 없다”고 강조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물었다. 핵심은 ‘단순함’이다. “요즘 하나만 생각한다. ‘인플레이 타구’ 생산이다. 중심에 맞춘다는 생각만 한다. 홈런 욕심이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최대한 타석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설정한 대로만 임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기술적인 것보다,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심플하게 접근하고 있다. 솔직히 초반에는 욕심이 많았다. 어차피 잘 맞으면 넘어갈 것은 넘어간다. 이제 장타 욕심은 없다. 노린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나”라며 웃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