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경무 전문기자] 부모가 셔틀콕을 치는 모습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2009년 광주 풍암초등학교 때 배드민턴 라켓을 잡기 시작했다.

복싱선수 출신 아버지(안정현·현 나주시 체육회사무국장)의 운동 DNA를 물려받은 때문일까?

광주체중 2학년 때인 지난 2017년 12월. 2018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단식 부문에서 7전 전승을 기록하며 당당히 태극마크의 주인공이 됐다. 중3 국가대표의 탄생. 역대 최연소였다.

스타 탄생에 목말라하던 한국 배드민턴계는 될썽 부른 ‘셔틀콕 천재’가 나타났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6년의 세월이 흘렀다. 2023년 8월1일. 지난 1996년 방수현(1996 애틀랜타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이후 27년 만에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해 대한민국을 한 번 더 놀라게 했다.

이어 불과 한달도 안돼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단식 챔피언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주인공은 바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여자단식 간판스타 안세영(21·삼성생명)이다.

27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로열 아레나에서 계속된 2023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챔피언십 마지막날 여자단식 결승.

안세영은 2016 리우올림픽 여자단식 챔피언으로 랭킹 6위인 카롤리나 마린(30·스페인)을 2-0(21-12, 21-10)으로 완파하고 생애 첫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감격을 맛봤다.

20대 초반의 여성 선수가 한국 배드민턴 역사를 새롭게 쓴 순간이었다. 지난 1977년 스웨덴 말뫼에서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시작된 이래 한국 선수가 남녀 통틀어 단식 챔피언에 오른 것은 안세영이 처음이다. 46년 만의 쾌거인 셈이다.

세계선수권대회 3회 우승((2014,2015,2018년)에 빛나는 베테랑을 상대로 42분 만에 거둔 완승이었다.

경기 뒤 안세영은 장내 아나운스먼트와의 인터뷰에서 영어로 “오늘 챔피언이 됐다.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승한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그냥 즐기니까, 잘 되는 것 같다. 잘 즐겼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한국어로 답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올해 전영오픈 등 BWF 슈퍼 시리즈에서 7차례나 우승한 안세영은 중압감 때문에 무척 힘든 경기를 치러야 했다.

첫 게임을 21분 만에 하프스코어(21-12)로 잡았고, 두번째 게임에서도 4-0, 8-3으로 크게 앞서 나갔다. 하지만 마린한테 추격을 허용하며 10-10이 됐고. 11-10으로 앞선 가운데 브레이크 타임이 주어졌다.

김학균 감독은 이와 관련해 스포츠서울과의 통화에서 “당시 안세영이 중압감이 심했다. ‘감독님 숨을 못 쉬겠어요. 저 어떻게 해요’라고 하길래, ‘가만히 있지 말고 소리를 질러라, 몸으로 보여줘라’고 주문했다. 그러더니 내리 10점을 따내며 21-10으로 이겼다”고 당시 순간을 설명했다.

전담이던 성지현 코치가 없는 가운데 이날 결승은 남자단식 국가대표 출신 김학균 감독과 정훈민 코치가 벤치를 본 상황이었다.

안세영은 올림픽 챔피언 마린과의 상대전적에서 6승4패를 우위를 보였고, 올해는 3차례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안세영은 전날 4강전에서도 지난해까지 천적으로 불리던 3위 중국의 천위페이(25)를 2-0(21-19, 21-15)으로 누르는 등 절정의 실력을 이번 대회에서 보여줬다.

안세영이 지난달 30일 BWF 슈퍼 750시리즈인 2023 재팬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2인자 허빙자오를 2-0(21-15, 21-11)로 완파하고 시즌 7번째 금메달을 차지했디.

그러자 BWF는 월드투어 홈페이지를 통해 “ 멈추지 않는(No Stopping) 안세영”이라며 “무결점 선수”(Impeccable)라고 극찬한 바 있다. 그러면서 안세영을 ‘저거너트’(The juggernaut·무자비하고 파괴적이며, 막을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절대적 힘을 의미)라고까지 했다.

당시 안세영은 “나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여기에 도착하는 데 6년이 걸렸기 때문에 꿈이 실현된 것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의 지지가 있었다. 그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날로 성장하며 난공불락인 된 안세영. 이런 상승세라면 한 달도 남지 않은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9.23~10.8)과 2024 파리올림픽(7.26~8.11)에서 그가 한국 배드민턴 역사를 다시 쓰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인 것 같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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