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금의환향한 영화 ‘거미집’의 김지운 감독과 배우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스타일리시한 미장센과 분위기를 자랑하는 김지운 감독은 이번 작품의 핵심으로 ‘배우들의 앙상블’을 꼽았다.

김감독과 송강호 외 주요 출연진은 2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마치 촬영 현장이 놀이터처럼 즐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거미집’은 1970년대 예술혼에 들끓은 한 영화감독이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것이라는 영감을 받고, 집에 보낸 배우와 스태프를 다시 돌아오게 한 뒤 정부의 검열과 제작사의 요구를 피해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만드려고 밀어붙이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소동극이다. 악조건에서도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김열 감독을 송강호가 맡았다. 김지운 감독과는 다섯 번째 재회다.

송강호는 “인간의 욕망을 유쾌하고 재밌게 다룬 영화다. 색이 강한 인물들 간의 충돌과 갈등이 이어지는 중에 탄성이 나오는 지점으로 똘똘 뭉친 영화다. 오랫동안 호흡하고 싶었던 배우들과 즐기면서 좋았다. ‘살인의 추억’과 ‘공동경비구역JSA’가 떠오른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소 흠모했던 좋은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서 행복했다. 김지운 감독이 ‘조용한 가족’이나 ‘반칙왕’ 때와 같은 놀랍고 감각적이면서 허를 찌르는 스타일과 같은 것들을 ‘거미집’에 그대로 가져왔다.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을 때 오는 쾌감을 이번에 느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에 따르면 ‘거미집’에서 김열 감독이 당초 찍으려고 했던 영화는 치정 멜로다. 하지만 영감을 느낀 뒤로는 장르도 바뀐다. 스릴러의 맛을 내다가 재난극처럼 변모하더니 후반부에는 호러 괴기물처럼 변한다. 배우들의 성격도 마찬가지다. 베테랑 배우로서 언제나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던 이민자(임수정 분)는 갑자기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모한다.

임수정은 “극 중 강호세(오정세 분)의 아내 역을 연기하는 이민자를 맡았다. 베테랑 여배우 역할을 주셔서 베테랑 여배우답게 연기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차분하게 할 건 다 하는 배우”라며 “후반부에는 꽤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모한다.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전했다.

오정세는 톱스타이자 지나친 바람둥이 강호세로 분한다. 영화 내에서도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여성을 탐닉하는 인물이다. 오정세는 “사랑이 지나치게 많은 캐릭터다. 바람둥이 톱스타 역할도 흥미로웠지만, 이렇게 강한 색감의 캐릭터로 현장이란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는 게 더 흥분되는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전여빈은 작품 내에서 유일하게 김열 감독을 지지하는 제작사 대표의 후계자 미도를 연기한다. 감독의 무리한 요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김열 감독을 위해 달려 나가는데, 달려 나가는 길이 바르게 뻗어있지 않아 갈지자로 휘청대면서 간다. 그럼에도 쏟아 붓는다. 제 안에 있는 모든 걸 내보자는 마음으로 에너지를 분출했다”고 밝혔다.

정수정은 당대 20대 톱스타이자 벼락스타 한유림을 연기한다.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은 탓에 오롯이 자신만 돋보여야 하는 이기적인 배우다. 김 감독은 물론 송강호와 전여빈이 그의 연기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정수정은 “대사가 한 줄이어도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다”면서 “선배님들이 잘 이끌어주셔서 긴장을 많이 했음에도 비교적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한편, ‘거미집’은 다음 달 개봉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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