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올해 영화계 여름시장이 서서히 마무리를 지어가고 있다. 이른바 빅4라 불리는 4대 배급사의 텐트폴 영화들도 마지막 성적표를 받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출발한 류승완 감독의 ‘밀수’가 30일 500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이하 동일)을 돌파하며 최고 흥행작이 됐고,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약 330만 관객으로 뒤따르고 있다. 손익분기점인 400만까지 약 70만명 남은 상태다.

◇7~8월 한국영화 도합 1000만, 예년에 비하면 절반은 날아가

배우 하정우·주지훈 주연 ‘비공식작전’과 ‘신과 함께’로 쌍천만 신화를 쓴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 문’은 각각 누적관객 101만 명과 48만명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배우 정우성의 첫 연출작 ‘보호자’는 누적관객수 12만명으로 퇴장했다. 예상외로 유해진, 김희선 주연의 ‘달짝지근해:7510’이 누적관객수 90만명으로 선전 중이다.

2023년 7~8월 한국영화 여름시장은 겨우 1000만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일시기 2000만 관객 기록과 비교하면 반토막에 불과하다. 엔데믹 직후인 지난해 1700만 관객수에 비해서도 적은 수치다.

영화계는 이같은 상황을 한국영화 전반의 부진이라고 정의하기보다 관객 성향의 변화로 보고 있다. 3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2023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조진호 CGV 국내사업본부장은 “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다양한 채널이 생긴 뒤 관객들의 영화 소비 성향이 전반적으로 깐깐해졌다”고 설명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OTT플랫폼이 급부상하고 유튜브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콘텐츠 시장이 재편되기 시작됐다. 드라마나 예능에 대한 투자 폭이 커진 반면 관객 2억명 시대를 맞았던 극장가는 이시기 90% 손실을 겪었다. 2021년 한해동안 총관객은 4000만 명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범죄도시’ 시리즈를 시작으로 인기를 얻는 영화가 점차 늘어났지만, 여전히 예년의 영광까지 회복하기엔 시간이 걸려 보인다.

◇과잉투자·소비 심했던 영화계, 1000만 영화가 비정상

올해 여름 영화시장의 경우 온라인 화제성과 달리 실제 극장가로 발길을 찾는 관객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고물가 시대, 영화관 티켓 가격이 상승하면서 관객들도 작품을 진중히 살펴보는 경향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CGV에 따르면 개봉 첫 주 영화를 봤던 20대 관객들이 2주차부터 영화를 보는 성향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숏폼의 확산으로 긴영상 관람에 대한 젊은 관객들의 거부감이 심해지거나 1.5배속이나 10초 건너뛰기를 통해 보고 싶은 장면만 골라보는 행위가 불가능한 대목도 영화 관객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낮은 부분에서는 평균 6주만 기다리면 OTT 플랫폼에서 손쉽게 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크다. 외국영화에 비해 한국영화는 확실한 재미가 보장되지 않으면 쉽게 보지 않는 경향이 커졌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오히려 한국 영화가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제껏 과잉 투자나 과잉 소비가 심했다. 1000만 영화는 비정상에 가깝다. 또 그간 너무 무분별한 기획에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이제는 정말 똘똘하고 재밌게 기획된 영화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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