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배우 전여빈은 유명한 ‘상친자’(대만 드라마 ‘상견니’ 팬을 일컫는 신조어)다. 흥미진진하게 ‘상견니’를 관람했고, 수많은 관련 글을 뒤져보며 복잡하게 엮인 ‘상견니’ 스토리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대만에서 제작된 ‘상견니’는 로맨스와 스릴러, 평행세계, 타임슬립 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한 작품이다. 여러 번 보는 것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시간 순으로 정확히 정리된 도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여빈은 ‘상견니’의 한국 리메이크물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속으로’에서 극의 화자가 되는 1998년 민주, 2023년 준희 역을 연기한다. 전여빈은 “이 기회와 운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다. 거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극단의 성향을 오간 1인 2역, 도전하고 싶은 어려운 숙제

국내에서도 팬덤이 두터운 ‘상견니’의 리메이크작 주인공이 되는 건 배우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이다. 원작과 비교 당하는 건 불가피하고, 설사 완성도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거센 비판을 당할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전여빈은 호기롭게 도전하고 싶을 뿐이었다고 강조했다.

“부담감은 없었어요. 좋아하는 작품이니까요.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책임감이 느껴지긴 했죠. 이 작품을 첫 사랑처럼 느끼는 팬들의 기대를 혹시나 못 채울 수도 있고,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어서요. 그래도 그게 이 작품을 피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해결하고 싶은 지점이지. 마땅히 도전해보고 싶은 어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민주와 준희는 결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소심한 민주와 달리 준희는 텐션이 높다. 목소리톤부터 대사, 행동까지 양극단의 포지션에 있다. 글에 쓰인 내용으로 상상한 것을 신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에 욕구가 큰 배우라면 구미가 당길만한 숙제인 셈이다.

“제가 연기하는 준희와 민주의 결이 다 달라요. 20대 준희, 30대에 시연을 잃고 난 준희, 민주의 몸에 들어간 준희, 그냥 민주, 준희가 몸에 빠지고 난 뒤 민주, 절망적인 민주까지, 무궁무진해요. 저는 이 모든 순간을 잘 표현하고 싶거든요. 그런 제 욕구를 실현하고 채워줄 작품이었죠.”

◇“30대 전여빈을 보여달라” 김진원PD 디렉션 포기한 이유는?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나, 리메이크 작품에 임하는 배우 중 일부는 오히려 원작을 안 보기도 한다. 원작이 가진 레퍼런스를 그대로 흉내낼까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제안을 받기 전 원작을 본 그는 굳이 원작의 그것들을 배척할 필요는 못 느꼈다고 한다.

“호감가는 부분은 흡수하고, 얼마든지 방향을 달리 할 수도 있었어요. 어플리케이션이 업그레이드하는 것처럼 원형은 유지한 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고 봤죠.”

연출을 맡은 김진원 PD는 원작의 레퍼런스를 따르지 않길 주문했다. 아무리 DNA가 같은 작품이더라도 새로운 면을 그려내고 싶은 연출가의 욕망이 발현된 것이라 짐작된다. 그러면서 전여빈에겐 “30대 준희는 전여빈 같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전여빈은 일찌감치 디렉션에 응하길 포기했다.

“보통 살아갈 때 사람이 자신을 들여다보기보다 상대를 더 많이 보잖아요. 스스로 자기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몰라요. ‘나 다운 게 뭐지?’라는 굉장한 물음표가 생겼어요. 그리고 금방 포기했어요. 제가 느끼는 준희를 표현하려고 했죠. 시연을 잃었지만, 상실감에는 저항하는 준희요. 그걸 찾으려 노력했어요.”

◇‘너의 시간속으로’ 이어 ‘거미집’ 개봉 …추석의 여인

전여빈은 올 추석 연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채운다. ‘너의 시간속으로’가 글로벌 OTT순위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국내 1위, 글로벌 10위권 내에 진입하는 등 연일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27일 영화 ‘거미집’까지 개봉한다. .

‘거미집’에서는 극중 김 감독(송강호 분)을 유일하게 지지하는 제작사 대표 신미도 역으로 활기를 더할 전망이다.

캐릭터가 한 이미지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며 관객과 마주하는 건 배우들이 가장 원하는 소통의 형태다. 현실감이 있는 역할로 극의 중심을 잡을 뿐 아니라 상상력이 가미된 매력적인 인물로 얼굴을 비추는 전여빈은 많은 배우가 부러워할만한 포지션에 섰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초행길을 걷는다고 자세를 낮췄다.

“저는 아직도 연기를 해나가는 과정이 초행길 같아요. 연차가 더 쌓이고 4~60대가 되면 산책하는 기분으로 연기할 수 있을까 상상하게 돼요. 아직은 다 처음이라, 긴장되고 어려워요. 다행히 설렘이 동반하는데다 선택의 폭이 비교적 넓어 고이지 않고 확장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껴요. 이 마음을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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