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김호중님한테 연락이 온 줄 알았어요.”

해맑게 웃었다. 한국 유도를 구한 ‘구세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상 첫 ‘노골드’ 위기에서 등장해 귀중한 금메달을 안겼다. 수줍게 가수 김호중의 팬이라 했다. 유도 78㎏ 이상급 김하윤(23·안산시청)이 주인공이다.

김하윤은 28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해 “유도에서 첫 금메달을 땄다. 꿈 같았다.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니 실감이 나더라. 응원해준 만큼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며 웃었다.

또한 “여기 오기 전에는 ‘금메달 딸 수 있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대신 ‘경기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노골드 상황이었지만, 후회 없이 하고 나오자는 생각이었다”고 돌아봤다.

김하윤은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여자 78㎏ 이상급 결승에서 쉬스옌(중국)을 만나 승리했다.

쉬스옌을 향해 중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쏟아졌다. 그러나 김하윤은 의연했다. 팽팽한 접전을 펼치다 기습적인 밭다리 후리기를 통해 절반을 얻었다. 이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금메달을 품었다.

김하윤은 “경기 중에는 딱히 힘든 것은 없었다. 아무래도 한판으로 이기면 기분이 좋다. 경기장에 부모님과 오빠가 왔다. 시상식에 도핑까지 있어서 가족을 만나지는 못했다. 메신저로 연락만 했다. 시상식 올라갈 때, 태극기 앞에 서 계셔서 얼굴만 봤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실 무릎이 좋지 않다. 다리 기술이 특기인데, 왼쪽 무릎에 통증이 있다. 중국으로 들어오기 일주일 전에 다쳤다. 그러나 김하윤은 “통증이 있기는 하지만, 경기하다 보면 잊게 된다. 괜찮다”며 미소를 보였다.

금메달 확정 후 이슈가 된 부분이 있다. 가수 김호중의 팬이라는 점이다. 갑작스럽게 외부로 공개되면서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김하윤은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인터뷰 때 동료 선수들이 ‘김호중, 김호중’ 그러더라. 나는 연락이 온 줄 알았다. 너무 좋아서 ‘김호중?’ 했다. 내가 정말 팬이다. 콘서트도 갈 정도다. 꼭 만나보고 싶다”며 재차 웃음을 보였다.

김하윤은 늦깎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유도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힘이 아닌 기술로 경쟁력을 키웠고, 빠르게 성장했다.

한때 몸이 좋지 않아 체중이 급격히 빠지는 등 어려움도 겪었다. 중량급 선수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 어려움을 모두 극복했다. 그리고 항저우에서 한국 유도를 구한 영웅이 됐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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