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경무 전문기자]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9.23~10.8)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1년 연기되지 않았다면? 신유빈(19·대한항공)은 항저우에 없었을 것이다. 왜?

지난 2021년 11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2023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개인전) 때 오른 손목 피로골절이 악화되어 중도에 경기를 포기했던 신유빈이었다.

여자단식에는 출전했으나 12살 많은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와 출전할 예정이던 여자복식은 포기했다.

신유빈은 이후 부상 때문에 지난해 1월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탁구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을 포기했고, 태극마크를 달 수 없게 됐다.

‘삐약이’로 전국민적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18세 신동 신유빈. 그런 그의 첫 아시안게임 출전은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 악화를 이유로 중국이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을 1년 연기하면서, 신유빈한테도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신유빈은 올해 3월말 충남 당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탁구 국가대표 1차 선발전 여자부에서 8승1패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전지희도 7승2패 2위로 1차 선발전에서 신유빈과 함께 먼저 국가대표가 됐다.

그리고 둘은 여자복식 파트너로 다시 호흡을 맞췄고, 지난 5월 더반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개인전) 때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탁구에 값진 선물을 선사했다.

역대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복식에서 한국 선수가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낸 건, 지난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 대회 때 여자단식 챔피언 현정화(현 한국마사회 감독) 이후 무려 30년 만의 쾌거였다.

그리고 5개월 만에 신유빈-전지희 황금 콤비는 2일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결승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을 4-1(11-6, 11-4, 10-12, 12-10, 11-3)로 물리치고 각각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남·북이 결승전에서 만난 건, 1990년 베이징 대회 남자 단체전 이후 33년 만이었다. 또한 이번 승리로 신유빈-전지희는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지난 2002년 부산 남자복식 이철승-유승민 조, 여자복식의 석은미-이은실 조의 금메달 이후 21년만인 것.

특히 신유빈은 여자단체전에서 전지희·서효원(36·한국마사회) 등과 함께 동메달을 합작했고, 혼합복식에서는 임종훈(26·한국거래소)과 동메달, 여자단식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신유빈은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4개 전 종목 메달을 모두 따내는 등 20살도 채 안 된 나이에 빛나는 성적을 올리며 한국 탁구의 대들보로 우뚝 섰다.

금메달 쾌거를 이룬 뒤 신유빈은 인터뷰에서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사실 이 자리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행운이 찾아왔고, 이렇게 경기를 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성적도 잘 나와 잊지 못할 아시안게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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