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인턴기자] 2015년 영화 ‘스물’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두 사람 모두 파릇파릇한 신인이었다. 8년이 지나 영화 ‘30일’(남대중 감독)에서 재회한 강하늘과 정소민은 완숙미가 엿보였다. 영화 ‘30일’은 이혼을 앞두고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린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코믹물이다. 강하늘은 뛰어난 외모와 지성까지 갖췄지만 타고난 ‘지질함’으로 아내를 질리게 만드는 남편 정열 역을, 정소민은 매사 똑 부러지는 성격탓에 남편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아내 나라 역을 연기한다. 각각 KBS2 ‘동백꽃 필 무렵’(2019)과 tvN ‘환혼’(2022)으로 정점을 찍은 두 사람은 물오른 연기력으로 관객을 제대로 웃기겠단 각오를 다졌다.

◇강하늘 “너드미가 아니라 그냥 ‘너드’입니다”

“정열이 캐릭터, 멋지지 않나요?(웃음) ‘내가 조금 더 지질해야지’ 이런 느낌보다 지질한지 모르고 연기를 해야 그 느낌을 배로 만들 수 있어요.”

훤칠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강하늘은 지질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빛이 났다. 정소민과 호흡을 맞췄던 영화 ‘스물’(2015)에서도, 박서준과 함께 출연한 영화 ‘청년경찰’(2017)에서도, 그리고 그를 대중적인 스타로 각인시킨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2019)에서도 그는 무해한 ‘너드미’(Nerd, 영어로 범생이를 가리키는 말)를 뽐내곤 했다.

영화 ‘30일’에서도 마찬가지다. 극 중 정열은 훈남 변호사지만 부부싸움을 할 때면 한없이 유치해진다. 영화를 보다보면 두 사람이 왜 아혼을 결심했는지 이해가 갈 정도다.

“너드미(Nerd美)가 아니라 그냥 ‘너드’입니다. 연기를 위해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어요. 배우가 작품 안에서 캐릭터처럼 보이는 게 가장 멋지잖아요.”

연기 잘하기로 정평이 난 배우지만 강하늘은 “연기는 늘 어렵다”고 푸념했다. 그는 “코미디라 더 어렵다기보다 모든 연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더 자주 얘기를 나누곤 해요. 타이밍에 좌지우지될 때가 많아 감독님의 스타일을 아는 게 중요하거든요. 예전에는 배우, 연기자가 뭔지 정의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그런 단어를 쫓지 않고 오늘 할 대사, 촬영할 장면만을 생각하면서 지내려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무한 코믹함을 자랑했던 강하늘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새로운 연기변신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는 세계적인 작품에 출연한다고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징어게임’은 내게 하나의 작품일 뿐”이라며 “‘오징어게임’이 ‘30일’, ‘야당’보다 더 소중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하늘은 평소 촬영장에서 동료배우와 스태프들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연예계 대표 ‘미담제조기’로 꼽힌다. 그는 이 별명에 대해서도 손사래를 쳤다.

“별명을 정정하고 싶어요. 착한 사람이 아니라 웃으면서 헤어지는 게 좋은 사람이거든요. 저는 그저 ‘편한’ 사람입니다.”

◇정소민 “강하늘과 마흔에 걱정멜로물 ‘불혹’ 찍자 했죠”

“‘스물’이후 다시 만난 하늘이와 마흔 살에는 ‘불혹’이라는 작품을 하자고 했어요. 법정멜로물은 식상하니 서로를 걱정하는 ‘걱정멜로물’을 선보이자 했죠.”

강하늘과 영화 ‘스물’(2015) 이후 8년 만에 재회다. 정소민은 “든든했다. 배우들은 알아가고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편했다”며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극중 나라는 금수저 영화제작자다. 곱게 자랐을 것 같지만 의외로 괄괄한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대형 페트병에 든 소주를 원샷하는가 하면 실연의 아픔을 푼다며 야구장에서 막춤을 추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결혼을 앞두고 전 남자친구인 정열을 위해 돌아오는 화끈함과 화통함도 지녔다.

정소민은 ‘은퇴작’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나라 역을 찰떡같이 소화해냈다. 그는 “연기는 연기일 뿐, 나는 나라와 다른 사람”이라고 웃었다.

“나라는 자신을 드러내는데 거침없고 필터링 없는 불같은 사람이에요. 비슷한 점이 있다면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려고 한다는 점이죠.”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환혼’의 무덕이로 큰 사랑을 받았던 정소민은 이번 작품에서 다시금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는 “능동적으로 주체적인 캐릭터를 할 때 좀 더 활기차게 연기하는 것 같다”고 애정을 보였다.

정소민은 지난 1월 연극 데뷔작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영화 ‘30일’ 촬영을 병행했다. 그는 바쁜 일정 가운데 보람과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제게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30일’은 쌍둥이 같은 존재예요. 캐릭터에 대해 동시에 알아가면서 준비하는 게 힘들었지만 끝까지 만들어가는 뿌듯함을 느꼈어요”

연기욕심이 많은 정소민은 “장르 불문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특정 장르를 해보고 싶다기보다는 모든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작품을 할 때마다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매번 다른 사람을 알아가고 즐거운 작업이라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

willow6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