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값진 동메달, 유종의 미 거둬준 선수들 너무 고맙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감독직을 내려놓는다. 값진 동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한 기쁨과 후련함일까. 만감이 교차하는 정선민 여자농구대표팀 감독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여자농구대표팀은 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북한과의 대회 여자농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93-63, 30점 차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 대표팀의 ‘기둥’ 박지수가 25점 10리바운드 7어시스트, 김단비가 21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승리를 이끌었다.

8강에서 필리핀을 93-71로 꺾은 한국은 결승문턱에서 ‘숙적’ 일본에 58-81로 패배하며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2006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결승진출 실패였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을 물리치고 값진 동메달 획득으로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정선민 감독은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선수들에게 ‘동메달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니 모두가 하나 되어 이겨보자’고 말했는데 모두가 다 잘 뛰었다”며 “12명의 선수 전체가 코트를 밟고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값진 동메달을 땄고, 감동적인 경기였다”고 소감을 밝히며 눈시울 붉혔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동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이 대견하고 너무나도 고마웠기 때문.

한국은 이날 1쿼터에서 북한에 밀리는 상황이었다. 공격도 살아나지 않았고 수비 집중력도 떨어졌다. 그러나 2쿼터부터 선수들이 집중력을 되찾았고, 후반전에는 박지수의 골밑 제압과 김단비의 연속 3점 슛이 터지면서 흐름을 가져왔다.

정 감독은 “1쿼터 초반 많이 밀리는 상황 속에서 선수들에게 집중력 있게 수비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요구했다”며 “또한, 전체적인 경기운영과 분위기 자체가 밀리는 느낌이어서 이소희와 진안 등 선수교체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선수들이 어려운 시기 투입돼 역량을 잘 발휘해줘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선수들의 활약을 칭찬했다.

특히, 박지수가 맹활약했다. 북한의 ‘2m5 괴물센터’ 박진아를 꽁꽁 묶었다. 예선 2차전에서 처음 남북대결에선 박지수가 박진아를 막는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맞대결에선 박지수가 압도했다.

박지수의 플레이에 대해 정 감독은 “북한과의 예선전에선 박지수가 박진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부딪히다 보니 어렵게 풀어갔다”며 “박지수는 영리한 선수다. 오늘 두 번째 만남이다 보니 첫 번째 경기에서 본인이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파악하고 경기에 임했을 것이다. 첫 경기보다 훨씬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정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이번 대회가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는 “내게 있어 이번 아시안게임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마지막 대회였다. 값진 동메달이다. 오늘 유종의 미를 거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진심을 전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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