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몬스터’가 있기에 클린스만호의 수비는 걱정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축구대표팀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친선경기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아프리카의 강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9위의 만만치 않은 상대인 튀니지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버티는 한국의 수비 라인을 공략하지 못했다. 90분간 제대로 된 득점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할 정도로 공격력이 약해 보였다.

사실 튀니지의 공격 라인업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장 지난 9월 모하메드 살라가 선발로 나선 이집트를 3-1로 격파할 정도로 화력이 위협적인 편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특급 유망주인 한니발 메브리가 선발 출전했고, 덴마크 명문 코펜하겐의 엘리아스 아추리 등 수준급 선수들이 베스트11에 들어갔다.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지만, 김민재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수비 라인은 강력했다. 김민재는 넓은 활동 반경을 자랑하며 자신이 위치한 왼쪽 중앙 이상을 커버했고, 상대 공격수와 맞대결할 때마다 압도적인 대인 마크 능력으로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90분간 흔들림 없는 수비를 선보였다. 늘 그렇든 정확하면서도 창의적인 전진 패스를 공격수에게 연결해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까지 담당했다. 이날 경기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다.

김민재의 존재는 포백 라인 전체에 긍정적인 공기를 불어 넣었다. 지난 9월에는 불안감을 노출했던 정승현(울산 현대)은 김민재와 보조를 맞추며 안정적으로 오른쪽 중앙 수비를 지켰다. 실수를 줄이며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로 튀니지 공격수들을 방어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9월부터 김민재가 왼쪽 중앙으로 이동하고 정승현이 김영권(울산 현대)을 대신해 오른쪽 중앙에 서는 변화를 줬다. 김민재-김영권 조합은 대표팀에서 워낙 오래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이 변화에 관심이 쏠렸다. 정승현은 걱정을 극복하고 김민재의 새로운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왼쪽의 이기제(수원 삼성)는 스피드나 활동 범위가 돋보이지 않았지만 안정적인 수비와 정확한 킥으로 공수에 걸쳐 이바지했다. 오른쪽의 설영우(울산 현대)도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사실 축구대표팀의 최대 약점은 수비에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공격 라인에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필두로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턴) 등이 있고, 미드필드에도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이재성(마인츠05) 등 수준급의 유럽파가 포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비 쪽에 유일한 유럽파는 김민재뿐이다.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우려를 극복하고 축구대표팀은 튀니지를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9월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전에 이어 A매치 3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셈이다.

11월이 되면 한국은 월드컵 예선을 시작한다. 다음해 1월에는 아시안컵이라는 중요한 대회까지 앞두고 있다. 이 시기에 수비가 안정을 찾는 것은 대표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7일 몇 수 아래인 베트남을 상대로도 무실점을 기록한다면 4경기에서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한 수비를 구축했다는 자신감마저 얻을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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