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민규기자]평균자책·다승·탈삼진 부문 ‘1위’, 공룡군단의 외국인 에이스 에릭 페디(30)의 위업이다. 더군다나 외국인 투수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은 KBO 역사상 최초다. 올해 최종 성적은 30경기에서 180.1이닝을 소화하며 20승 6패 탈삼진 209개, 평균자책점 2.00이다. 사실상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도 유력해 보인다. 그야말로 페디는 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물론,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놓친 아쉬움도 있다. 2010년 류현진(한화, ERA 1.82)이후 13년 만에 선발투수 1점대 평균자책점을 바라봤지만 아웃카운트 하나가 부족했다. KIA 타선을 상대로 6이닝을 비자책으로 막을 경우 1점대가 됐지만 0.1이닝을 남겨두고 상대 타자의 타구에 맞아 교체된 것.

페디는 16일 광주 KIA전에 안정적인 투구로 KIA 타선을 잘 막던 중 6회 말 2사에서 고종욱의 타구에 오른팔 팔뚝을 맞았고, 강한 충격에 그대로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결국 페디는 김영규와 교체된 후 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았다. 이때 페디는 끝까지 괜찮다고 말하며 걱정 가득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안심시켰다는 후문.

천만다행으로 페디는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단순 타박 진단을 받았다. 큰 부상은 피했지만 휴식이 필요한 상태다. 본격적인 가을야구를 위한 관리가 절실한 상황.

특히, 페디는 이날 경기에서 에이스로서 품격도 보여줬다. 팀 승리를 위한 그의 진정성 있는 태도에 NC 선수들도 힘을 냈다. 실제로 NC가 2-0으로 앞선 가운데 2회 말 KIA 공격이 끝나고 더그아웃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포착됐는데, 페디가 야수들을 불러 모아 얘기를 하는 모습이 방송에 잡힌 것이다. 당시 페디는 선수들에게 “시즌 내내 잘해왔다. 잘했던 것만 생각하고 오늘도 집중하자”고 강조했다고 한다.

사실 NC는 1회부터 불안한 수비를 보였다. 1회 말 유격수 김주원이 포구 실책을 한데 이어 2회 말에는 1루수 윤형준이 포구실책을 범하며 KIA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보다 못한 페디가 직접 나서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아준 셈.

이 한 장면으로 페디는 에이스의 무게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더그아웃에서 팀 동료들을 다독였고 힘을 불어넣었고, NC의 수비는 점차 안정돼 갔다. 페디가 6회 말 교체되며 NC는 결국 KIA에 역전패를 당했다. 그러나 페디가 보여준 진심은 ‘투수 3관왕’이란 기록을 떠나 얼마나 더 대단한 선수인지를 방증한다.

NC의 가을야구가 곧 시작된다. KBO 리그 역사상 외국인 투수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이 된 페디가 NC의 포스트시즌 이야기를 어떻게 써내려갈지 관심이 쏠린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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