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양=이웅희기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했다.”

소노 김승기 감독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이정현(26·187cm)에 내린 극약처방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이정현이 ‘리부팅’에 들어갔다.

이제 프로 3년 차를 맞이한 이정현은 김 감독과 만난 지난 시즌 농구에 눈을 떴다. 52경기에서 경기당 34분 2초를 뛰며 평균 15점 4어시스트, 3점슛 2.1개, 3점슛 성공률 34.2%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PO) 9경기에선 경기당 20.1점(3.9어시스트)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시즌 활약을 발판 삼아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도 뛰었지만, 복귀 후 좀처럼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김 감독은 지난 24일 SK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우리 팀이 현재 너무 정상이 아니다. (이)정현이가 다시 옛날로 돌아갔다. (대표팀에 가서)완전히 딴 사람이 돼서 왔다. 경기 체력도 없고,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도 못 한다. 내가 얘기해도 해내지 못한다. 연습 때 많아 혼냈다”라며 “이정현에게 할 얘기가 생겼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라’고 얘기했다. ‘배가 불렀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 김승기 감독의 믿음 아래 빅히트를 쳤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처음에 좀 버벅댔지만 좋아졌고, PO때 정점을 찍었다”면서 “아쉬운 점은 나와 한 시즌을 더 치르고 대표팀에 다녀왔다면 어땠을까 한다. 엄청난 모습을 보여줬는데 대표팀에 다녀온 뒤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길래 많이 아쉬웠다. 너무 믿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쓰디 쓴 소리는 애정의 산물이다. 이정현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이정현과 전성현이 막히면 뚫어줄 선수들이 없다. 감독을 하며 이번 시즌이 가장 어렵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패착을 부르기도 한다. 부상 선수도 나오면 연패도 길어질 수 있다”면서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 하려면 (이)정현이가 (전)성현이와 함께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쓴소리가 통한 것일까. 이정현은 24일 SK전에서 15점 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부활 조짐을 보였다. 수치 상 기록뿐 아니라 이정현 특유의 과감한 플레이가 몇 차례 나왔다. 패배 속에서도 팀에 희망을 선사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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