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휴스턴 애스트로스 더스티 베이커(74) 감독이 26년의 지휘봉을 놓았다.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 패배로 시즌이 끝나 은퇴가 예상됐던 터다.

베이커 감독은 27일(한국 시간)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짐 크레인 구단주와 대나 브라운 GM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들과 농도 섞어가며 레전드 행크 애런과의 관계 등을 회고하며 공식 작별을 고했다.

베이커는 향후 3년이 지나 원로위원회를 통해 뉴욕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 행이 확실하다. 지난해 숙원이었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었으니까 명전 행 걸림돌은 없어졌다.

2017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지구 우승을 하고도 해고됐던 베이커는 2년 동안 와이너리를 가꾸며 야인으로 지내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70의 나이에 복귀한 것은 오로지 우승 반지 때문이었다. 결국 지난해 꿈을 이뤘다.

휴스턴과 베이커 감독은 찰떡궁합이었던 셈이다. 베이커 감독은 “지난 4년 동안 이 기회를 준 구단주 진 크레인과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휴스턴의 리더가 된 것은 엄청난 영광이었다. 변함없는 열정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휴스턴에서 제가 받은 사랑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라며 구단과 팬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아울러 “휴스턴의 모든 선수들과 코치에게 감사드린다. 여러분들의 날마다 벌인 희생 속에서 우리는 여러 차례 월드시리즈를 향해서 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지난 몇 년 동안 나에게 보낸 사랑과 성원에 대단히 감사드린다. 이것은 작별이 아니라 단지 나중에 보자는 것이다(not goodbye, just see you later)”며 작별 인사를 했다.

크레인 구단주 입장에서도 2017년 구단 창단 이래 최초의 WS 우승이 사인 훔치기로 평가절하됐고 감독과 단장이 1년 출장정지 징계로 팀 분위기가 완전히 붕괴됐을 때 돌파구를 찾으려고 베이커 감독을 영입한 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구단주는 “4년 전 더스티를 영입했을 때 격동의 시기에 그가 이 클럽을 이끌 적임자라고 느꼈고 우리의 판단이 옳았다. 더스티가 경기장에서 거둔 성공은 분명하며 선수들, 구단의 조직 및 지역 사회에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스티는 감독으로서 명예의 전당 회원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 그가 명예의 전당 회원이라는 것이다. 더스티가 우리 감독으로 있었다는 게 영광이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포츠 세계에서 구단주가 참석하고 기자회견을 하면서 은퇴할 수 있는 지도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런 점만으로도 베이커 감독이 이룬 업적을 엿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로서도 매우 뛰어났다. 통산 타율 0.278-242홈런-1013타점을 남겼다.

감독 더스티 베이커는 더 훌륭하다. 나이 70이 넘어도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선수들의 감독(Player’s Manager)’으로 통했다. 아프리카-아메리칸 감독으로 유일한 2000승 달성 감독이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베이커의 뒤를 이으려면 갈 길이 멀다. 지난 2년을 보면 감독에서 서바이벌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MLB 감독 사상 유일하게 5개 팀을 모두 지구 우승으로 이끌었다. SF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신시내티 레즈, 워싱턴 내셔널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지난해 MLB 사상 73세 최고령 감독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통산 9번째 양 리그 우승을 거뒀다. 통산 2183승으로 역대 감독 다승 부문 7위에 랭크됐다.

또 하나 확실한 점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사상 최초의 흑인 감독 회원이 되는 것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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