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존재만으로도 듬직한 투수가 불펜에 돌아왔다. 올시즌 활약했던 모습을 정상 결전에서 재현한다면 우승으로 향하는 길도 한걸음 가까워질 것이다. LG 중간투수 함덕주(28)가 64일 만의 실전을 가볍게 소화했다.

함덕주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홈팀 선수로 마지막 이닝인 8회초 등판했다. 안익훈을 투수 땅볼, 김범석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 빠르게 아웃카운트 2개를 올렸다. 이재원의 타구에 문보경이 에러를 범했고 손호영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송찬의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해 이날 투구를 마쳤다. 투구수는 15개였다.

지난 8월 26일 창원 NC전 이후 64일 만의 실전 등판에 임한 함덕주는 한국시리즈(KS)에 앞서 2경기 더 등판할 계획이다. 다음은 함덕주와 취재진의 일문일답.

-두 달 만의 실전이었다. 전체적으로 어땠나?

일단 엄청나게 떨렸다. 개막전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만큼 많이 준비하기도 했다. 투구 내용이 전체적으로 괜찮아서 만족하고 있다. 스피드와 제구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았다. 아직 일주일 이상 남았고 앞으로 더 올리면 된다. 준비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KS 전까지 몇 번 더 던지나?

두 경기 정도 던질 것 같다. 아마 다음 경기에서는 오늘보다 더 내용이 좋지 않을까 싶다.

-원래 정규시즌 막바지에 복귀하려고 했다가 시점을 KS로 늦췄다. 더 회복할 시간을 갖게 됐는데 이게 어떻게 작용할 것 같나?

정규시즌 막바지에 아프지 않다는 것. 그리고 KS를 문제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좀 급하게 올라가려는 마음도 있었는데 감독님, 코치님, 트레이닝 코치님 모두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동료 중에 KS 우승 경험자가 많지 않다. 불펜을 보면 함덕주 선수와 김진성 선수 정도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이런 우승 경험을 중요하게 볼 것 같다.

우승하면 그 기분이 정말 너무 좋다. 기쁜 만큼 힘든 게 KS 우승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팀에 나와 진성이 형 외에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투수도 있고 전반적으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많다. 경험보다는 우승하면 얼마나 좋은지만 잘 생각하면서 던지면 될 것 같다. 동료들이 몇 번 KS 나가고 몇 번 우승했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만큼 우리 팀 선수들 모두 우승을 바라고 있다. 모두 평소보다 KS에서 좋은 모습으로 던질 것으로 본다. 나 또한 최고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게 준비하겠다.

-KS 경험자로서, 그리고 중간 투수로서 KS에서는 어떤 부분이 중요한가?

개인적으로는 장타를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본다. 몰리는 공이 위험하기 때문에 때로는 볼넷을 각오하고 코너워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홈런보다는 볼넷이 나을 수 있다. 볼넷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렵게 승부하면서 헛스윙을 유도하는 식으로 투구를 할 필요가 있고 예전에도 그렇게 투구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우리 투수들 공이 워낙 좋기 때문에 최소 실점으로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염경엽 감독은 선발 투수 다음 투수, 즉 첫 번째 불펜 투수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규시즌 중 함덕주 선수가 그 역할을 맡기도 했다. KS에서도 첫 번째 불펜 투수가 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두 번째 투수로 나갈 때는 상대 강한 타순에 맞춰서 나가곤 했다. 흐름을 넘겨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나가곤 했는데 기사로 감독님의 말씀도 봤다. 더 책임감이 강하게 들었고 믿어주시는 만큼 내가 불펜에서 스타트를 잘 끊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선두 타자부터 무조건 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던졌다. KS에서 두 번째 투수로 나가면 비슷하게 갈 것이다. 선두 타자는 잡으려고 할 것이고 최대한 자신 있게 던지겠다. KS는 몇 이닝이든 잘 던지는 게 중요하다.

-계속 이천에 있다가 오늘 잠실로 이동했다. 잠실로 오면서 다른 기분이 들었나?

긴장되고 떨렸다. 이천에서 던질 때도 조금 떨리기는 했는데 잠실에 오니까 또 다르더라. 경기 중에 앰프를 통해 응원가도 틀어주셔서 관중분들이 없었지만 집중이 잘 됐다. 큰 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부산에서 정규시즌 우승 세리머니를 할 때 동료들이 유니폼을 챙겨왔다. 그 모습을 보고 어땠나?

유니폼을 챙겨줄 줄은 생각도 못했다. 기사를 통해, 그리고 야구 중계를 보면서 그 모습을 봤는데 정말 고마웠다. 2군에 있을 때도 연락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후 홈에서 세리머니할 때는 잠실에서 운동할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함께 있었다. 책임감도 많이 생겼고 이제 KS에 모든 것을 맞추고 해야겠다는 다짐도 생겼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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