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대한민국은 월드 ‘No.1’ 수비수 보유국이다.

축구대표팀 센터백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는 프랑스풋볼이 31일 발표한 2023 발롱도르 순위에서 22위에 자리했다.

발롱도르는 프랑스의 축구 매체인 프랑스풋볼이 1956년 창설한 축구 선수 랭킹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권위를 보유한 상으로 한 시즌간 최고의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수상한다. 총 30명의 후보를 선정해 전 세계 축구 기자가 투표해 순위를 결정한다.

김민재는 당당하게 30인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수비수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자리하며 월드 ‘No.1’ 센터백으로 인정받았다. 2023~2024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트레블을 이끈 후벵 디아스(30위),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며 지난여름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요슈코 그바르디올(25위)보다 높은 순위에 랭크됐다. 순위 간격을 볼 때 큰 표 차이는 아니겠지만, 근소하게 더 나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디아스와 그바르디올 모두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평가받는다. 유럽의 이적 전문 매체 트랜스퍼마크트는 디아스와 그바르디올의 시장 가치로 나란히 8000만유로(약 1146억원)를 책정하고 있다. 김민재는 6000만유로(약 859억원)로 두 선수보다 낮다. 시장 가치와 별개로 전 세계 기자단은 김민재를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순위다. 김민재는 2023~2024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최고의 수비수상을 수상했다. 수비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인정받았으니 세계 1위에 자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폴리에서 김민재의 존재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딱 한 시즌만 뛰었을 뿐이지만 압도적인 수비력으로 나폴리의 후방을 책임졌고, 팀은 무려 33년 만의 리그 챔피언에 등극했다. 김민재도 나폴리 우승의 주역으로 꼽힌다.

한국 선수가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은 손흥민(2019년, 2022년) 이후 김민재가 두 번째다. 과거 박지성, 설기현이 후보에 있었지만 최종 후보엔 들어가지 않았다. 김민재는 손흥민이 발롱도르 후보에 처음으로 등장했던 2019년 순위와 같은 위치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지난해 11위까지 도약했다.

김민재의 발롱도르 진입은 그가 프로 커리어를 K리그에서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손흥민이나 박지성, 설기현 등은 모두 해외에서 프로 데뷔했다. 반면 김민재는 2017년 K리그의 절대 강자였던 전북 현대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김민재는 2017~2018시즌 전북의 주전으로 맹활약하며 2년 연속 베스트11에 포함됐고, 실력을 인정받아 중국의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했다. 중국에서 활약한 김민재는 2021년 튀르키예 명문 페네르바체로 이적해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유럽에서의 첫 시즌에도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한 김민재는 결국 1년 만에 이탈리아 명문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다. 올여름에는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의 거함 바이에른 뮌헨의 일원이 됐다. 말 그대로 초고속으로 세계 1위 수비수까지 등극했다.

김민재의 시장 가치를 보면 그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 트랜스퍼마크트가 2017년12월 책정한 김민재의 시장 가치는 120만유로(약 17억원)였다. 불과 7년 사이 무려 50배가 폭등했다. 페네르바체 이적 당시까지만 해도 650만유로(약 93억원)였는데 나폴리로 이적한 후에는 2500만유로(약 358억원)로 급등했다. 그리고 2022~2023시즌 종료 후 김민재의 몸값은 6000만유로를 찍었다.

김민재는 1996년생으로 만 27세다. 수비수로서 전성기를 보내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아직 2~3년 정도는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신체 능력, 여기에 지능적인 플레이까지 부족함이 없는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바이에른 뮌헨의 성적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김민재는 2년 연속 발롱도르 순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손흥민도 아직 해내지 못한 새로운 기록을 김민재가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민재의 축구 인생이 한국 축구의 역사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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