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경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다치지 않는 게 우선이다.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지난 8월부터 약 3개월간 강행군을 이어왔다. 8월12일 독일 슈퍼컵에서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것을 시작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11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경기도 모두 교체 없이 뛰었다. 이달 2일에는 컵대회에서도 풀타임을 뛰었다. 지난 9~10월 A매치에서도 김민재는 4경기에 출전했는데 베트남전 한 경기에서만 후반 31분 교체돼 벤치로 향했다.

모든 유럽파가 체력 부담을 안고 뛰긴 하지만 김민재는 유독 심각한 혹사를 당하고 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체력 관리 차원에서 교체 대상이 되고, 팀도 클럽대항전을 소화하지 않아 체력에 큰 무리가 없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경우 로테이션 멤버라 매 경기 풀타임을 뛰지는 않는다.

소속팀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쉴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대안이 없다. 바이에른 뮌헨은 개막 직전 뱅자맹 파바르가 인테르 밀란으로 떠나는 바람에 이번시즌 전반기를 김민재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 다요 우파메카노 등 세 명의 센터백으로 버텨야 한다. 그런데 김민재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은 건강하지 않다. 더 리흐트는 지금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도 우파메카노도 정상이 아니라 후반 중반이 되면 벤치로 불러들여 관리를 해줘야 한다. 결국 김민재 홀로 ‘독박’을 쓰는 셈이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김민재는 ‘대체 불가’ 자원이다. 김민재 빠진 수비 라인은 상상하기 어렵다. 부상을 당한 게 아니라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를 주전으로 쓸 수밖에 없다. 김민재 같은 월드 클래스 수준의 센터백을 아낄 감독은 어디에도 없다. 11월 2연전 상대가 싱가포르, 중국으로 약체라 할지라도 김민재에게 휴식을 주긴 어려울 게 분명하다.

독일 언론에서도 김민재의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스포르트1은 14일 “김민재는 이번시즌 분데스리가 경기와 대표팀 경기의 97%를 소화했다”라면서 “앞으로도 휴식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A매치 휴식기에 김민재는 2만km를 비행해야 한다. 한국으로 날아가 싱가포르와 경기를 한 뒤 2000km를 더 날아가 중국에서 경기한다. 더 심각한 것은 바이에른 뮌헨의 다음 분데스리가 경기인 쾰른전이 금요일 밤에 있다는 사실이다. 김민재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경기에서도 다시 선발 출전할 것이다. 출전할 수 있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엘 레버쿠젠과 치열하게 선두 싸움을 하고 있다. 차라리 이미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한 챔피언스리그에서 로테이션을 하면 모를까, 리그에서는 베스트 전력을 내세워야 한다. 스포르트1 보도대로 김민재는 독일 복귀 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25일 쾰른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현재 조건에서 김민재 앞에 놓인 최대 과제는 다치지 않는 것이다. 지금 김민재가 쓰러지면 바이에른 뮌헨은 답이 없는 상황에 놓인다. 대표팀에서도 다르지 않다. 한국은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을 노린다. 만에 하나 김민재가 11~12월 내로 부상을 입으면 엄청난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다. 12월21일 볼프스부르크전을 끝으로 분데스리가는 휴식기에 들어가는데, 이때까지 김민재는 최대한 버텨줘야 한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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