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강등은 현실이다. 엄청난 충격에도 반성, 그리고 쇄신이 없다면 수원 삼성은 2부 리그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가 가면 길이 된다’라는 모토로 K리그 명문을 자부하던 수원은 2023시즌 굴욕적 강등의 주인공이 됐다. 승강 플레이오프에도 가지 못하는 다이렉트 강등.

수원이 강등되는 그림은 2019년 제주 유나이티드와 유사하다. 제주는 수원과 규모가 비슷하고, 기업구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제주도 감독 교체, 선수 영입 실패 등 여러 원인으로 K리그1 최하위에 머물며 2부로 추락했다.

제주 사례를 보면 다음시즌 준비가 수원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는 강등 후 1년 만에 승격했다. 2부로 떨어지지자마자 우승을 차지해 복귀했다.

우연은 아니다. 제주는 강등 후 ‘승격 전문가’로 불리던 남기일 감독을 선임했다. 남 감독은 앞서 광주FC, 성남FC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시민구단을 승격시켰다. 제주의 선택은 적중했다.

2부 리그는 ‘야생’이다. 각 팀 간 전력 차가 크지 않은데다 거칠고 많이 뛰는 축구를 하므로 오히려 1부보다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절대강자도, 약자도 없는 무대가 K리그2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 제주가 1년 만에 다시 1부로 돌아온 배경 뒤에는 남 감독의 경험이 약이 됐다.

올해만 봐도 승격 경험이 있는 박진섭 감독의 부산 아이파크, K리그2에서 많은 노하우를 쌓은 정정용 감독의 김천 상무, 베테랑 지도자 최윤겸 감독의 충북 청주 등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김포 고정운 감독, 경남FC 설기현 감독, 부천FC1995 이영민 감독 등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 지도자도 하나 같이 2부 리그에서 구력을 쌓은 사령탑이다.

수원도 빠른 승격 의지가 있다면 경험 있는 지도자를 제대로 선임해야 한다. 수원 사정에 밝은 한 에이전트는 “최근까지 수원에서는 강등을 당해도 염기훈 대행 체제로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솔직히 놀랐다. 2부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염 대행을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수원은 당장 승격해야 하는 팀 아닌가. 너무 안일한 태도가 아닌가 싶다”라며 우려했다.

1,2부 리그를 모두 경험한 K리그 현직 지도자도 “1부도 어렵지만 2부는 또 다른 무대다. 경험 없이 승격을 이끌기 어렵다. 수원이 정말 1부 복귀 의지가 있다면, 경험있는 지도자를 선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사무국 쇄신도 필수다. 수원은 선수단뿐 아니라 사무국에 문제가 많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심지어 팬도 인지하고 있다.

제주는 강등 후 대표이사와 단장을 겸하던 총책임자와 실무진 리더 격인 사무국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등 후 부임한 한중길 대표이사는 본사 전무였다. 보통 축구단 대표이사로 상무급이 오는 것을 고려하면, 모기업 SK에너지의 쇄신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당시 본사 관리 부서장은 현재 제주를 이끄는 구창용 대표이사였다. 강등 후에도 본사의 전폭적 지원이 따랐다는 의미다. 제주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프로 축구판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업계 평가가 좋은 김현희 단장을 영입해 확실한 변화 분위기를 만들었다. 선수단과 사무국, 두 바퀴를 모두 교체해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한 게 변화의 시작이었고, 이 선택은 적중했다.

강등을 경험한 제주 관계자는 “우울하고 침울한 분위기였지만, 빠른 승격을 위해서는 반성하고 자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가 강했다. 선수단 탓만 할 게 아니라 한 명 한 명 개인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나은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무국부터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서로 냈다. 새 감독과 선수단 공기가 달라졌고, 사무국도 승격이라는 목표로 열심히 뛰었다. 덕분에 빠르게 승격했다. 돌아보면 당시의 큰 변화가 제주를 다시 1부 팀으로 만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수원은 K리그 대표 구단이다. 강등은 흥행 측면에서도 K리그1에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이다. 다음시즌에는 K리그 최고 라이벌전인 슈퍼매치가 없다. 때문에 2024년 2부리그 최대 이슈는 수원의 승격 여부다. 축구계의 많은 시선, 리그에서 가장 충성심 강한 팬이 수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변화가 있는지, 아니면 이 지금까지처럼 안일한 팀 운영한 기조를 고수하는지는 리더십 교체 여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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