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경무 전문기자] 첫판부터 한국 선수끼리 대결이라니. 참 얄궂다.

지난 11일 BWF(세계배드민턴연맹) 2023 ‘올해의 여자 선수’ 영예를 안은 ‘셔틀콕 천재’ 안세영(21·삼성생명). 세계랭킹 1위인 그가 소속팀과 대표팀 선배인 김가은(25·삼성생명)과 첫판부터 격돌한다.

13일부터 17일까지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짐나지움에서 열리는 2023 BWF 월드투어 파이널에서다.

이 대회는 남녀단식과 남녀복식, 혼합복식 등 5개 종목에서 각각 세계상위 8강이 출전해 조별리그를 거친 뒤 4강전부터 토너먼트 방식으로 챔피언을 가리는 시즌 왕중왕전이다.

지난 11일 항저우 드래곤호텔에서 열린 2023 BWF 월드투어 갈라 디너에서 실시된 조추첨 결과, 안세영은 여자단식에서 세계 4위 대만의 타이쯔잉(29), 7위 인도네시아의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24), 13위 김가은과 A조에 편성됐다.

김가은은 애초 8강에 들지 못했으나 3위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26)가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하면서 한자리를 꿰차게 됐다.

B조는 세계 2위 중국의 천위페이(25)를 비롯해, 5위 스페인의 카롤리나 마린(30), 8위 중국의 한웨(24), 9위 미국의 베이원 장(33)으로 짜여졌다.

대회는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조별리그를 거쳐 각조 1, 2위가 4강에 오른 뒤, 추첨을 통해 4강 토너먼트 상대가 결정되고 결승까지 이어진다.

안세영은 13일 오전 11시(한국시간) 김가은과 1라운드를 치른다. 이번 대회 개막을 알리는 첫 경기다.

안세영은 올해 월드투어에서 김가은과 두번 만나 2승을 기록했다. 통산 상대전적에서도 4승3패로 앞선다.

안세영은 19세이던 지난 2021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파이널 여자단식 결승에서 인도의 푸살라 신두를 누르고 처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객관적 전력상 조 1, 2위 안에 들어 4강 토너먼트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난 10월7일 천위페이와의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단식 결승 때 오른 무릎부상이 심화된 뒤 재활을 하느라 아직 최정상의 컨디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김학균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안세영의 컨디션과 체력이 100%까지 올라온 것은 아니지만, 지난 11월 차이나오픈 때보다는 나아졌다. 올해의 선수에도 올라 기분도 좋아졌다”고 밝혔다.

B조에 편성된 천위페이는 한웨와 이날 7번째 경기에서 첫판을 치른다.

안세영은 이미 19세이던 지난 2021년 생애 처음 시즌 왕중왕에 등극한 바 있어 이번에 두번째 정상에 도전한다.

안세영과 천위페이가 조별리그를 나란히 통과할 경우, 둘은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단식 결승 이후, 다시 항저우에서 4강전이나 결승에서 재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천위페이는 앞서 BWF 인터뷰를 통해 “고향(항저우)에서 경기하는 것이 매우 기분이 좋다. 대회 자체와 분위기를 즐기겠다. 지난 몇차례 월드투어 파이널에 출전했던 것과 비교하면, 더 성숙해졌다고 느낀다.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안세영과 천위페이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시즌 왕중왕 자리를 놓고 다시 숙명의 대결을 벌일 지 주목된다.

한편 여자복식에서는 세계 2위 이소희(29·인천국제공항)-백하나(23·MG새마을금고)가 3위 김소영(31·인천국제공항)-공희용(26·전북은행)과 B조에 편성돼 이날 1라운드를 치르게 됐다.

세계 1위 중국의 첸칭천-지아이판은 A조에 편성됐다.

혼합복식에서도 세계 3위로 올해 세계선수권 우승조인 서승재-채유정(28·인천국제공항)이 7위 김원호(24·삼성생명)-정나은(23·화순군청)과 함께 B조에 속해 이날 1라운드를 치른다.

세계 1위인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총도 B조다.

남자복식에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인 서승재(26·삼성생명)-김원호(24·삼성생명)가 이날 B조 1라운드를 치른다. 상대는 덴마크의 킴 아스트룹-안데르스 스카룹 라스무센이다.

이번 대회는 배드민턴 역사상 가장 많은 250만달러의 총상금이 걸려 있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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