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겨울마다 최대어를 바라만 봤다. 1년 전에는 유격수 최대어와 계약까지 도달했으나 신체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절박함을 안고 시선을 넓게 뒀다. 단장이 직접 태평양을 건넜다. 그 결과 역대 아시아 야수 최대 규모의 빅딜이 완성됐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25)와 6년 1억1300만 달러 ‘빅딜’을 체결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규모다. 미국 현지 언론 또한 이정후의 최대 가치를 6년 9000만 달러로 봤다. FA 시장이 열린 11월초부터 점점 가치가 오르긴 했는데 1억 달러를 넘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경쟁이 치열했다. 처음부터 샌프란시스코 외에 뉴욕 메츠, 샌디에이고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최근 몇 년 동안 FA 시장에서 거액을 쏟아 부은 팀들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계약이 성사되기에 앞서 토론토와 시카고 컵스 또한 이정후를 향해 관심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면서 계약 순서가 바뀌었다. FA 시장 외야수 1위는 2019년 내셔널리그 MVP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코디 벨린저(27)로 평가 받았다. 지난 몇 년 고전했지만 2023시즌 컵스에서 타율 0.307 26홈런 20도루 OPS 0.881로 다시 도약했다. 벨린저는 1루수도 가능하다.

보통은 최고 선수가 먼저 최고액에 사인한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벨린저와 이정후를 두루 바라보던 구단들이 이정후를 놓고 한 박자 빠르게 쟁탈전을 벌인 모양새다. 가장 절박한 구단이 최고액을 제시했고 그 구단이 샌프란시스코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6년 동안 한화로 1484억원을 준다.

MLB 진출 시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역대 아시아 야수 최고 금액. 일본 특급 타자들도 1억 달러를 넘어서지 못했는데 이정후가 신기록을 세웠다. 작년 겨울까지 아시아 야수 최고액은 요시다 마사타카와 보스턴이 맺은 5년 9000만 달러(약 1181억원)였다.

여기에 포스팅 금액을 더하면 총액은 훌쩍 뛴다. 이정후의 KBO리그 소속팀 키움은 샌프란시스코로부터 최대 포스팅비 1882만 5000달러(약 247억원)을 받는다. 이정후 계약에 4년 후 옵트 아웃 조항이 있는데 6년 계약을 모두 마칠 경우 금액이다. 즉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포스팅 비용 포함 1억 3182만5000달러(약 1730억원)를 투자했다.

겨울마다 입은 상처를 이정후를 통해 푼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겨울 최대어 애런 저지에게 3억6000만 달러를 제시했다. 누구도 샌프란시스코의 제시액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였는데 저지의 전소속팀 뉴욕 양키스가 같은 금액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저지는 양키스에 잔류했다.

홈런왕 외야수 저지 영입에 실패한 샌프란시스코는 시선을 내야로 뒀다. 유격수 최대어 카를로스 코레아와 3억65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계약 후 예상하지 못한 일이 터졌다. 신체 검사에서 코레아는 과거 수술 받은 발목 부위에 이상이 발견됐다. 신체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계약은 파기. 코레아는 미네소타와 2억 달러에 계약했다.

이번 겨울에는 오타니 쇼헤이를 노렸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것처럼 오타니는 LA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 신기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역대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규모 계약을 샌프란시스코의 100년 라이벌팀 다저스가 완성했다.

마냥 바라볼 수 없었고 그래서 이정후에게 풀베팅했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또 한 번 기록을 세웠는데 샌프란시스코 또한 확신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고척돔을 찾을 정도로 이정후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인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중견수이자 리드오프로 기용할 계획이다. 이정후가 중견수로서 평균 이상의 수비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타자로서 정확한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을 앞세워 고타율과 고출루율을 올릴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2023시즌 샌프란시스코에서 OPS 0.800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1루수 윌머 플로레스 뿐. 2024시즌 좌익수로 예상되는 마이클 콘포토는 올해 OPS 0.718, 우익수로 예상되는 마이크 야스트르젬스키는 올해 OPS 0.775였다. 이정후가 콘포토와 야스트렘스키 사이에서 외야진 트리오를 이룬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좌타자로서 대형 홈런을 날릴 경우, 타구가 바다로 향하는 스플래시 히트가 가능하다.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 파크가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 우측 담장 너머에 윌리 맥코비 만이 있어 비거리가 큰 타구는 바다로 떨어진다. 과거 베리 본즈를 통해 친숙했던 장면을 이정후가 재현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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