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한국야구 사상 역대 두 번째로 ‘가족 동반’ 미국 진출 케이스가 나왔다. 이정후(25)와 고우석(25)이 나란히 빅 리그로 간다. 서재응(47)-서재환(49) 형제 이후 처음이다.

메이저리그(ML) 샌디에이고는 4일(한국시간) 고우석 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2년 계약에 2026년 1년 상호 옵션이 붙었다. 지난달 5일 포스팅 공시됐다. 마감시한인 4일 오전 7시를 앞두고 계약을 마쳤다.

2024년 연봉은 175만 달러다. 2025년은 225만 달러를 받는다. 2026년 300만 달러 옵션이 붙었다. 옵션 거부시 50만 달러 바이아웃 금액을 받는다. 최대 700만 달러, 보장 450만 달러다.

거액 계약은 아니다. 헐값에 가는 맛은 있다. 메이저리그는 연봉이 곧 기회다. 그래도 고우석은 빅 리그 도전을 택했다. LG도 선수의 뜻을 존중해 허락했다.

앞서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6년 1억13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포스팅 기준으로 역대 최고액이다. 사상 첫 1억 달러 계약이기도 하다. FA까지 합쳐도 추신수(7년 1억3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2위다.

이로써 이정후-고우석이 동시에 빅 리그로 향한다. 기본적으로 둘은 친구 사이다. 동시에 ‘가족’이기도 하다. 처남-매부 사이다. 고우석이 이정후의 여동생과 결혼했다.

과거 가족이 동시에 미국으로 건너간 사례는 딱 한 번 있었다. 서재응-서재환 형제다. 서재응 전 KIA 코치는 인하대 시절이던 1998년 뉴욕 메츠와 135만 달러에 계약하며 태평양을 건넜다.

이때 형 서재환도 함께 날아갔다. 메츠와 10만 달러에 계약했다. 최경환 전 두산 코치가 1995년 LA 에인절스로 간 이후 역대 2호 타자 미국 진출이었다.

결과적으로 형제가 나란히 빅 리그에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서재응은 2002년 마이너 생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1경기에 등판했다.

2003년 32경기(31선발) 188.1이닝, 9승 12패, 평균자책점 3.82를 올렸다. 이후 2007년까지 통산 118경기(102선발)에서 28승 40패, 평균자책점 4.60의 기록을 남겼다.

형인 서재환은 루키리그에서 1년만 뛴 후 팀을 떠났다. 11경기, 타율 0.296, 2홈런 4타점, OPS 1.093을 기록했다. 동생과 비교하면 초라한 퇴장이다.

‘역대 2호 가족’인 이정후-고우석은 나란히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빌 가능성이 높다. 이정후는 주전 중견수가 유력하다. 들인 돈이 있다. 안 쓸 이유가 없다.

고우석도 기회는 충분히 있을 전망이다. 많은 돈을 받은 것은 아니다. 샌디에이고가 ‘가성비’를 추구하는 팀으로 변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든든했던 마무리 조시 헤이더가 FA로 빠졌다. 재정난에 빠진 상황. 잡을 돈이 없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단 일본프로야구 200세이브 투수 마쓰이 유키를 5년 2800만 달러에 데려왔다.

고우석 또한 마무리 후보다.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은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마무리로 쓸 것이다”고 전하기도 했다. 구위라면 확실하다. 시속 150㎞ 중후반의 속구를 뿌릴 수 있다.

거물 마무리를 데려오기 쉽지 않다. 남은 것은 물량전이다. 마쓰이와 고우석을 함께 쓰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고우석의 빅 리그 데뷔가 보이는 이유다.

이정후와 고우석은 KBO리그에서도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MVP였고, 우승팀 마무리 투수였다. ‘거물’이다. 동시에 미국으로 향한다. 가족이라는 끈으로 묶인 사이. 한국야구 사상 최초에 도전한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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