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배만큼 배꼽이 큰 계약이지만 개의치 않았다. 구단의 판단을 인정하면서도 건강을 증명할 자신이 있음을 강조했다. 인센티브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며 동기부여로 삼아 꾸준한 활약을 예고했다. LG 좌투수 함덕주(29)가 꾸준히 마운드에 서는 장면을 그렸다.

함덕주는 지난달 24일 LG와 4년 38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14억원·인센티브 18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실질적인 계약 합의 시점은 22일이었다. 김재윤, 홍건희와 함께 중간 투수 최대어로 FA 시장에 나왔는데 일찍이 LG 잔류를 바랐고 바람대로 계속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 5일 신년 하례식에 참석해 LG에서 네 번째 시즌에 돌입한 함덕주는 “LG에 남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 조건도 LG가 가장 좋았던 것으로 안다”며 “사실 협상 과정이 길지 않았다. 신혼여행이 끝나고 계약하려 했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와서는 빠르게 계약했다. 중간에 에이전트께서 구단과 대화는 하셨지만 신혼여행 마치고 이틀 후에 계약하고 사진 찍었다”고 밝혔다.

기량은 모두가 인정한다. 타자 입장에서 까다로운 디셉션 동작과 절묘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좌투수지만 체인지업을 앞세워 우타자에게도 강하다. 만 20세였던 2015년 두산 필승조로 활약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선발과 중간을 오갔다. 때로는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 투수로, 때로는 세이브와 홀드를 올리는 필승조로 다채롭게 임무를 완수한 함덕주다.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태극마크도 달았다.

하지만 유니폼이 바뀌면서 악재가 한 번에 터졌다. 2021년 LG에서 첫해에 팔꿈치 뼛조각 수술했다. 두 번째 해에는 시즌 중 2군에서 선발 전환을 꾀했다가 다시 부상과 마주했다. 그렇게 사라진 이름이 되는가 싶었는데 2023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며 반등했다.

57경기 55.2이닝 4승 0패 4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1.62로 펄펄 날았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7로 흔들림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함덕주가 불펜 핵으로 활약하면서 LG 또한 통합우승으로 29년의 한을 풀었다.

결과적으로 3년의 모습이 FA 계약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건강하면 자연스럽게 인센티브를 충족해 연간 약 10억원을 받는 계약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총액이 절반 가량이 준다.

이를 두고 함덕주는 “그때 2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인정한다. 2022년에는 캠프부터 몸 상태가 정말 좋았다.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페이스를 너무 빨리 올렸는데 그게 문제였다. 그러면서 내 몸을 알았다. 2023년에는 평소처럼 페이스를 올렸고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있었다”며 “2년 동안 부상이 많았지만 그래도 FA 자격까지 얻지 않았나. 인센티브가 큰 게 동기부여가 된다. 성적보다는 1군에서 건강하게 나오면 되는 조건이다. 부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늘 준비 잘하면서 매 시즌을 치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보직 욕심은 없다.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을 대신할 마무리로 유영찬을 선택했다. 함덕주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역할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마무리를 못해서 서운함은 없다. 그보다 잘하는 모습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작년에 잘했으니까 작년과 똑같이 페이스를 맞추고 있다”면서 “내가 맡은 임무를 잘 소화하면 된다고 본다. 한국시리즈에서 우리 팬들이 보내주신 응원이 정말 대단했다. 그런 응원을 받으니 기분이 정말 좋더라. 올해도 한국시리즈에 올라 다시 팬들의 대단한 응원을 듣고 싶다”고 연속 우승을 내다봤다.

건강하면 못한 적이 없는 함덕주다. 선수와 구단이 의도한대로 인센티브를 채우면 함덕주는 물론 LG도 웃는다. 2023년 11월 13일의 환희를 다시 느낄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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