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정다워기자] 선두 우리카드의 고공행진을 이끄는 2년 차 세터. 한태준(20)은 이번시즌 V리그 최고 ‘영건’이다.

한태준은 이번시즌 우리카드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한태준은 2004년생으로 지난 2022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우리카드에 입단한 고졸(수성고) 세터다. 한선수(39·대한항공), 노재욱(32·삼성화재) 등 베테랑 세터 사이에서 약관의 어린 선수가 비상하고 있다.

단순히 경기에만 나가는 게 아니다. 안정적이면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차분한 경기 운영으로 세트당 11.949세트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21경기에서 기록한 세트 범실은 겨우 6회로 주전급 세터 중에서는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 도박에 가까웠던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의 모험수가 적중한 셈이다.

지난 2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한태준은 “주전으로 반시즌을 보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많이 이겨서 그런 것 같다. 사실 3라운드까지는 형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이 정도로 했다고 본다. 후반기에는 나도 분석이 됐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경기를 많이 할 것 같다. 다양하고 정교하게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 에이스를 살리면서도 변칙 플레이를 조금 더 해야 나도 통할 것 같다”라고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실제로 우리카드는 최근 2연패를 당하며 주춤하고 있다. 한태준을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흐름이다.

세터는 코트 위의 감독이다. 세터의 운영에 따라 팀의 방향성이 달라진다. 막내급이 해내기엔 다소 버거운 미션이다. 한태준은 “사실 지금도 경기 중에 상대 세터의 눈을 제대로 못 쳐다본다. 아직 다른 팀 형(세터)들과 비교하기엔 내가 너무 부족하다”고 웃으면서도 “그래도 코트 안에서는 세터가 가장 당당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형들이 농담으로 ‘싸가지 없다’라고 놀린다. 그래도 코트 밖에서는 천생 막내”라고 말했다.

막내 세터인 만큼 여린 구석도 보인다. 세터는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공을 분배하는 역할이라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를 제공할 수는 없다. 한태준은 “(한)성정이형이 장난으로 공 좀 달라고 얘기할 때가 있다. 팀 승리를 위한 토스를 해야 하니까 마테이에게 공을 자주 줄 수밖에 없다.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든다. 눈치를 주는 것은 아닌데 혼자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라며 웃었다.

팀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한태준은 “봄배구 생각이 크긴 한데 감독님은 아직 그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하신다. 들뜨지 않게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도 봄배구를 생각하다가도 아직 4라운드니까 더 안정적으로 경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챔프전으로 바로 가면 좋겠지만 일단 목표는 봄배구다. 목표를 차분하게 잡고 가야 더 잘 될 수 있다”라며 방심하지 않았다. 이어 그는 “꽃길을 걸으며 마무리하고 싶다. 꽃이 피는 봄에 해피엔딩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태준은 대학 때까지 배구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배구했고, 아버지를 따라 배구장을 자주 다녔기 때문에 코트의 공기가 익숙하다. 한태준은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님에게는 어릴 때 ‘삼촌’이라고 부르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체육관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주신다”라며 “아버지는 부상 때문에 일찍 은퇴하셨다. 나는 최대한 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제 막 프로 선수로서 발을 내디딘 한태준. 그는 차분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롱런’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한태준은 “늘 냉정하게 나를 평가하려고 한다. 늘 스스로 의심하고 있다. 사실 나는 아직 백지다. 앞으로 이 종이에 많은 것을 그려야 한다”면서 “갈 길이 멀다. 지금도 경기를 통해 상대 세터 형들의 플레이를 보며 공부하고 있다. 매 경기가 공부고 경험이다.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이 성장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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