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귀포=정다워 기자] ‘학범슨’이 돌아왔다.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10일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2024시즌 밑그림을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2017년 광주FC에서 물러난 후 무려 7년 만에 K리그로 돌아왔다. 그 사이 23세 이하 대표팀을 맡아 아시안게임 금메달,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 우승, 올림픽 8강 등 굵직한 성적을 내며 지도자로 한 획을 그었다.

국내 지도자 중에서는 손꼽히는 사령탑이다. 경력이나 경험, 능력, 그간의 성과 등을 종합할 때 ‘빅네임’ 지도자다. 게다가 1960년생으로 올시즌 K리그 감독 중 최고령이다. 무게감에서 웬만한 지도자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김 감독이 제주를 맡았다. 제주는 K리그 대표 기업구단이다. 씀씀이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연봉 순위 4위에 자리했다. 최종 순위 9위는 구단 명성이나 규모에 걸맞지 않았다. 성과, 성적을 내는 데 능숙한 김 감독 선임을 통해 반전을 노리는 배경이다.

이제 변화가 시작된다. 김 감독은 먼저 해외 동계 훈련을 취소했다. 1월에는 클럽하우스에서 훈련하며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선수단 체지방 검사 결과에 화들짝 놀란 김 감독은 100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 단계를 밟는 훈련 프로그램을 그리고 있다.

그는 “현대 축구에서는 90분이 아닌 100분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월드컵, 최근 유럽 축구만 봐도 공수 간격의 폭이 매우 좁다. 또 다른 트렌드인 압박 축구를 하려면 체력이 기본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학범표’ 지옥 훈련을 준비하는 배경이다.

오랜 기간 연령대 선수들과 호흡한 김 감독은 나이가 많지만 시대의 흐름과 요구를 잘 안다. 그는 “더 이상 강압적으로 하는 시대가 아니다. 서로 도우며 스스로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가 더 잘해야 더 많은 지도자에게 기회가 돌아간다”라고 각오했다.

7년 만의 복귀이지만 현장 감각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연령대 대표팀 선수 선발을 위해 꼼꼼하게 K리그를 지켜봤고, 최근에도 현장을 누비며 흐름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리그에서 라인을 올려 압박하는 팀이 많아졌다. 세계 축구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 같다. 특히 포항, 광주를 지켜볼 만했다. 프로가 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줬다. 이제 그 팀을 잡을 방법을 찾는 게 내 숙제”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K리그1에서는 울산HD가 왕좌를 지켰다. 김 감독은 제주가 이 판도를 깨는 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목표는 세 가지다. 일단 파이널A 진출이다. 그래야 두 번째 목표인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릴 수 있다. 그 과정에 가면 우승에도 도전할 수 있다”라고 구체적인 목표도 공개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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