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명=원성윤 기자] 여자 실업 핸드볼 H리그에서 센터백 강경민(28·SK 슈가글라이더즈)은 독보적인 존재다. 최근 세 시즌(2019~2023) 동안 정규리그 MVP와 득점왕을 동시에 차지했다. 이번시즌(2023~2024)에도 강경민이 속한 SK 슈가글라이더즈가 1라운드에서 1위(3승)를 달리고 있다. 9년간 몸 담았던 광주도시공사에서 이적해 SK를 강력한 우승 후보로 이끌고 있다.

서울시청, 대구광역시청과 차례로 경기를 치른 강경민은 10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패배 없이 시작을 잘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두 경기를 뛰었는데 경기력엔 아직 100% 만족하지는 못하고 있다. 차츰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서울시청과 이적 후 첫 경기를 치렀다. 초반엔 고전했다. 전반 20분까지 득점을 못했다. 전반엔 4-11까지 뒤졌다. 센터백 강경민을 찾기가 어려웠다. 득점왕다운 모습은 후반전에 나왔다. 중거리 4골, 7m 3골, 속공 2골, 돌파 2골, 어시스트 3개, 실수 3개, 가로채기 1개 등을 기록했다. 총11골을 몰아넣었다. 경기 MVP는 강경민이었다.

세 시즌 연속 MVP 비결을 묻자 그는 “선수들이 부상을 많이 당해서 시즌아웃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저는 부상이 덜 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핸드볼은 7~9m 골 에어리어 라인에서 몸 싸움이 치열하다. 여기서 부상이 잦다. 그는 타고난 유연성과 탄력성 덕분에 작은 체구(165㎝)에도 경합 지역 몸 싸움에 능한 편이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4 파리올림픽’ 얘기도 빠질 수 없었다. 최근 여자 핸드볼은 하락세다. 올림픽 금메달(1988년, 1992년)은 옛날 얘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는 일본에 10골차로 패했다. 실력차를 체감했다. 세계선수권 대회는 22위로 역대 최악을 성적표를 받았다.

도쿄올림픽과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강경민은 ‘심리’를 강조했다. 그는 “계속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스스로 경기 전부터 유럽 선수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원래 가진 실력을 보여주려고 하고, 이게 경기력으로 투영되면 지금보다 좋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팀에서 하는 것보다 대표팀에서 하는 플레이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며 “파리올림픽에 가게 된다면 리그에서처럼 확실한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대표팀 경기력에 대해 “일본은 자신있게 플레이를 한다. 선수 7명 합이 잘 맞다보니 좋은 경기를 한다”며 “우리도 개인 능력이 좋고 뛰어난데, 기량을 대표팀에서 모두 못 보여드리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공을 가지고 노는 게 좋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한 핸드볼. 그렇지만 팀에 대한 ‘부담감’으로 2018년, 핸드볼계를 도망치듯 떠났다. 인천에선 아예 수영강사로 전향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닫혔던 문을 연 건 광주 오세일 감독이었다. 오 감독이 수 개월간 ‘집요하게’ 설득했다. 그가 가진 능력을 썩힐 순 없었다.

오 감독은 제2회 난징하계청소년올림픽(2014년)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을 우승에 올려놨다. 당시 러시아를 32-31로 물리치고 우승할 때, 강경민은 12골을 넣었다. 우승 주역이었다. 청소년대표팀과 광주도시공사로 이어진 인연, ‘은사’(恩師) 설득은 그를 2020년대 여자 핸드볼계 MVP로 이끌었다. 이제 파리로 향할 강경민. 그에겐 이젠 물러섬이란 없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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