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릉=황혜정 기자] “스피드 있고 성취감도 있어요. 매력에 푹 빠졌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변에서 언니, 오빠, 친구들이 아이스하키를 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한번 스케이트화를 신어본 것이 여기까지 오게됐다. 여자 3대3 아이스하키 청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얘기다.

대한민국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에 비해 저변이 약하다.

특히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는 더 찾아보기 쉽지 않은데, 아이스하키 등록 선수는 3352명인데 반해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는 501명에 불과하다(2023년 12월31일 기준). 등록 인구의 15%만이 여성인 셈이다. 이중 성인이 되고 나서 아이스하키를 계속 하는 여자 선수는 더 드물다. 501명 중에 431명이 18세 이하 선수다.

이런 환경에서 18세 이하 청소년으로 구성된 여자 3대3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주관 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4일 열린 ‘2024 강원 청소년동계올림픽’ 여자 3대3 아이스하키 준결승에서 ‘난적’ 중국을 6-4로 꺾고 결승에 진출, 은메달을 확보했다.

이들이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이유는 비슷하다. 주변에서 아이스하키를 하고 있어서다.

주장 박주연(16·봉은중)은 “친오빠가 아이스하키를 취미로 하고 있어서 6살 때부터 주말마다 링크장을 따라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작했다”고 했다. ‘에이스’ 한유안(16·온타리오 하키 아카데미)도 “사촌 언니가 아이스하키 선수였어서 따라 시작했다”고 했다. 한유안의 사촌언니는 전(前)국가대표 한재연이다.

24일 중국과 준결승에서 골을 넣은 ‘막내’ 장현정(15·남춘천여중)도 마찬가지. 그는 “친구 따라 시작했다가 지금까지 왔다. 친구가 ‘너무 재밌으니 너도 해봐라’ 하더라. 처음에는 그만두고 싶었는데, 엄마가 계속 참고 해보라 하셔서 참았더니 어느 순간 너무 재밌어지더라”며 웃었다.

대표팀 김도윤 감독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2018년 평창 올림픽 이후 조금 침체됐는데, 지난해 4월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디비전A’로 승격하며 조금씩 분위기가 살아났다. 지금 굉장히 어리고 실력있는 유망주들이 많다”고 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성인 대표팀은 2023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사상 처음으로 가장 최상위인 ‘디비전A’로 올라갔다. 이런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번엔 동생들이 해냈다. 김 감독은 “초·중학교 클럽팀에서 활동하는 어린 선수들을 모아서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각급 연령대 대표팀을 만들었다. 매번 소집해서 훈련을 진행하며 유망주를 키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주장 박주연은 “아이스하키는 스피드가 있고 골을 넣으면 성취감이 큰 운동이다. 한번 쯤은 꼭 아이스하키라는 걸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 역시도 친오빠가 아이스하키를 하는 걸 보고 호기심에 시작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아이스하키 선수와 아이스하키 경기 ‘가시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박주연은 비인기 종목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이스하키를 하는 동료들에게 “그냥 우리 즐겁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하자”며 미소지었다.

여자 3대3 아이스하키 청소년 대표팀은 25일 오후 2시 강릉 하키센터에서 ‘강호’ 헝가리와 금메달을 놓고 결승을 치른다. 후회없는 한 판 승부를 위해 이들은 오늘도 최선을 다짐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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