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 배우 이주명이 31일 종영한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이하 ‘모래꽃’)로 꽃망울을 활짝 피웠다. ‘모래꽃’은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 분)와 소싯적 골목대장 오유경(이주명 분)이 성인이 돼 만나 벌어지는 청춘 로맨스다.

이주명은 어린 시절 두식이라는 별명을 가진 골목대장 출신 경찰 오유경을 연기했다. 모종의 사건으로 고향을 떠난 유경은 잠입수사를 위해 군청 씨름단 관리팀장으로 위장해 고향을 찾는다.

드라마는 ‘거산’이라는 가상의 지역이 배경이다. 씨름을 잘하는 이들을 배출한 도시라는 특징 때문에 시청자들은 ‘거산’을 경남 거제와 마산(현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합성어로 유추했다. 실제로 ‘모래꽃’은 진한 경남 사투리 매력이 돋보이는 드라마다.

“제가 부산 출신이다 보니 처음에는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유경이란 인물을 분석해 보니 가족들에게만 보여준 모습을 꺼내야 해 고민이 컸죠. 드라마를 시청한 가족과 친구들은 사투리도 쓰고, 원래 알고 있는 제 모습이라 친근하다고 했어요. 극중 백두(장동윤 분)의 이마를 치는 장면은 제가 동생에게 하는 것 같아 더 좋다 하더라고요.(웃음)”

‘모래꽃’은 국내 처음으로 씨름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유경은 어린 시절 ‘태릉(국가대표선수 훈련소가 있던 곳)이 놓친 인재’라는 평가를 받은 씨름 신동이다.

“주인공인 동윤 오빠만큼 오래 연습하지는 않았지만 저도 액션스쿨에서 씨름을 배웠어요.보통의 운동과 다르더라고요. 코어 근육도 중요하고 샅바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죠. 많은 분들이 제가 엎어치는 장면을 보고 놀라셨는데 힘이 아닌 기술로 넘길 수 있는 방법을 사용했어요. 물론 약간의 도움을 얻었습니다.”

유경은 어린 시절 남성적인 성격과 이름을 지닌 두식으로 백두와 함께 자랐다. 그러다보니 이주명은 두식과 유경, 두 인물을 이질감없이 소화하는데 집중했다.

“하나의 인물에서 두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어색함을 지우려고 노력했어요. 유경이일 때는 두식이를, 두식일 때는 유경이를 보여드리려 했죠. 유경과 두식 모두 성격이 드센 인물이라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게끔 사투리에 미세하게 애교를 섞었어요. 이렇게 겉핥기라도 1인 2역을 하게 되니 다른 작품에서도 하고 싶더라고요. 많은 해석과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장르도 도전하고 싶어요.”

극중 남녀주인공인 이주명과 장동윤의 케미도 화제였다. 순한 인상의 이들이 만나 뿜어내는 시너지는 드라마의 인기에도 한몫했다.

“동윤 오빠가 대구 출신인 덕분에 빨리 친해졌어요. 사투리의 힘인 것 같아요. 현장에서 저희가 사투리 때문에 다투는 경우도 많았어요. 거산이 경상남도로 설정돼 부산 출신인 제가 이기는 경우가 많았죠. 그렇게 투덕거리면서 친해졌는데 다음 작품에서는 가족으로 만나고 싶어요. 하하”

지난 2022년 방송된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주명은 연달아 청춘물에 출연하며 교복을 입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교복 대신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많은 분들이 교복을 입어 좋겠다고 말하곤 하지만 저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죠. 요즘 많은 분들께 친숙한 이미지를 드릴 수 있어 기뻐요. 다만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에 대한 갈망도 늘 존재합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전까지 어두운 연기를 보여줬던 이주명은 최근 밝은 역까지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내성적인 성격의 그는 ‘모래꽃’을 통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성장하면서 좀 더 밝아지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소심한 제가 남아 촬영장에 들어가기 전 고민이 많습니다. 촬영 전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할 때도 잦아요. ‘모래꽃’을 통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어요. 앞으로 이 힘이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willow6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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