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이 여전히 카타르 도하에 머물러 있다. 이유가 뭘까.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달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한국을 상대로 선제 득점을 하고도, 승부차기 끝에 ‘역전패’했다.

16강 탈락으로 선수단은 짐을 싸서 모두 자국으로 돌아갔지만, 정작 경기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만치니 감독은 여전히 카타르 도하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요르단과 타지키스탄의 8강 경기는 물론, 한국과 호주의 8강전도 직관했다. 또 오는 7일 오전 12시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과 요르단의 4강 경기도 직관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있다. 사우디는 2026 북중미월드컵 2차예선 G조에서 요르단과 타지키스탄, 파키스탄과 본선행 티켓을 두고 경쟁한다. 사우디는 지난해 11월17일 1차전에서 파키스탄을 4-0으로 눌렀다. 2차전에서는 요르단을 2-0으로 격파하면서 2연승, 조 1위에 매겨졌다.

사우디는 내달 22일과 27일 타지키스탄과 3, 4차전 경기를 치른 후 6월 11일 6차전 1경기서 요르단을 상대한다. 무난하게 조 1위 통과가 예상되는 가운데, 만치니 감독은 경쟁국을 분석하기 위해 도하를 떠나지 않은 것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만치니 감독은 한국과 16강전에서 ’조기퇴근‘으로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승부차기에서 세 번째 키커 사미 알나지와 네 번째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슛마저 한국 골키퍼 조현우에게 막혔다. 한국의 황희찬이 네 번째 키커로 준비하고 있는 찰나, 고개를 돌려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만치니 감독은 “사과한다.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면서 “누구든 존중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앞서 오만과 조별리그를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 불참해 AFC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만치니 감독은 지난해 8월 전 세계 축구 감독 중 ‘최고 연봉(약 433억원)’으로 사우디 지휘봉을 잡았다. 상대에 따라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는 맞춤 전술로 사우디 축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첫 메이저 대회에서 연봉에 걸맞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에는 비난의 목소리가 따르고 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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