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관객이 마동석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해서다.

우락부락한 얼굴과 폭발적인 주먹질로 이기적인 악당을 처치해 나가는 과정은 직선적이고 시원시원하다. 결국 마동석이 다 때려잡을 것이란 걸 모두 알고 있음에도 못된 악당이 어떻게 두들겨 맞는지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

‘절대선’ 마동석이 악당을 처치해나가는 영화를 두고 ‘마동석 장르’라는 신조어도 붙었다. 지난달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황야’는 종말을 배경으로 한 ‘마동석 장르’다. 모든 걸 휩쓸어버린 대지진이 일어난 후 3년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웹툰 ‘유쾌한 왕따’의 세계관을 공유한다.

이 영화 역시 마동석이 제작과 배우를 겸했다. 오랫동안 친분을 쌓은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했고, 이희준, 노정의, 이준영 등 매력적인 배우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스스로 악어 사냥꾼 남산이 돼 무자비한 액션 연기를 펼쳤다. ‘부산행’과 ‘범죄도시’로 마동석을 익히 잘 알고 있는 해외팬들이 먼저 들끓었다. 넷플릭스 내 글로벌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마동석은 “지구적 대지진이 일어난 설정 하에 액션에 치중된 오락영화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각색해오던 작품 중 SF적 요소가 많은 대본이 있었다. 개연성에 맞았지만 4시간 분량이었다. 게임 액션 영화로 기획하면서 다 날렸다. 이 대목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친분만으로 연출 기회 NO! 허명행 감독, 거장 자질 충분해

‘황야’는 국내와 해외에서 반응이 엇갈린다. 국내에서는 이미 숱하게 본 마동석 영화와 너무 닮았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기시감이 있는 점이나 개연성이 부족한 점에 대한 지적이 많다. 마동석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이야기들이 어쩔 수 없이 다 빠졌어야 했어요. 4시간이 나오는 분량인데, 그렇다고 시리즈로 가기엔 초반 이야기가 너무 빈약했어요.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컸죠. 이전 캐릭터에서 변주를 주느냐, 비슷한 캐릭터로 가되, 액션에 힘을 주느냐였어요. 고심 끝에 후자를 택했죠. 액션을 살리고 드라마를 죽인 셈이에요.”

오락영화에 관용적인 해외에서는 이같은 결정을 매우 반기는 모양새다. ‘부산행’과 ‘범죄도시’ 시리즈로 익히 마동석을 알고 있음에도 ‘황야’를 호평하고 있다. 특히 해외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의 촬영 메커니즘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고 했다.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겠지만, 관계자들이 궁금해하는 건 예산이랑 기간이에요. 어떻다고 말해주면 깜짝 놀라요. 이 예산과 이 기간에 이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것에 감탄해요. 도리어 저희한테 의뢰해요. ‘이터널스’에 참여할 때만 해도, 액션 팀은 자기네 사람들 쓰게 해달라고 했었는데 이제 역전됐어요. 액션 수출 시대가 열릴 것 같습니다.”

마동석을 대표하는 수식어 중 하나가 의리다. 수많은 후배 배우는 물론 영화 업계의 친한 동생들을 연출 감독으로 데뷔시키는 기회도 만든다. 허명행 감독은 물론 ‘범죄도시2’와 ‘범죄도시3’의 이상용 감독도 마동석 덕분에 데뷔했다. ‘성난 황소’ 등 마동석 단독 주연 영화는 대부분 의리에 기반한 출연이다.

“그렇다고 제가 친분만으로 다 기회를 주는 건 아니에요. 감독들의 역량을 보죠. 허명행 감독은 무술감독 중 드라마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아요. 정말 좋은 액션신을 디자인한 무술 감독이에요. 그런 명장면을 만든다는 건 영화 전반을 꿰뚫지 않으면 안 돼요. 저는 허 감독이 액션을 넘어서 더 훌륭한 감독이 될 거라 자부합니다.”

◇나는 예술가 아닌 엔터테이너, 묵직해진 ‘범죄도시4’, 블라인드 시사 평점 최고

배우는 물론 제작자로서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고 있다. 불황 중의 불황이라는 올해도 무려 두 편의 영화 개봉이 예정돼 있다. ‘황야’에 이어 ‘범죄도시4’다. 아울러 게임 스튜디오와 협업해 자신의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도 개발 중이다. ‘마동석 유니버스’는 거듭 확장에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저는 예술가가 아니라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재밌는 걸 만들어 나갈 노력을 하고 있죠. 게임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제가 포기하지 않고 하는 게 복싱이랑 영화거든요. 영화도 어느덧 20년 넘게 했어요. 이제 영화 만드는 게 곧 마동석이에요. 그게 제일 재밌고 숨 쉬는 느낌이 들어요. 버는 돈을 모두 영화 만드는 데 쓰고 있어요. 그래서 돈을 계속 벌어야 해요.”

두 편의 영화로 쌍천만을 이룬 ‘범죄도시’ 시리즈는 올해 ‘범죄도시4’로 돌아온다.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했으며, 김무열과 이동휘, 이주빈 등이 가세했다. 마동석은 자신감이 넘쳤다.

“블라인드 시사 중에 점수가 제일 높아요. 현실 기반 액션 중 새롭게 시도하는 것도 있고, 코미디도 있고 비슷한데요. 조금 더 묵직해져서 재밌게 보지 않을까 싶어요. 또 이번 시리즈에서는 감정선이 있어요. 너무 두드러지지 않는 선에서요. 보시면 또 시원하다고 하실 것 같아요.” intellybeast@sportsso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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