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블랙타운(호주)=장강훈 기자] “야유 안 받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생애 네 번째 용띠해를 맞은 두산 이승엽 감독은 “올해는 시즌이 끝난 뒤 코치진, 선수들, 프런트와 함박웃음으로 ‘고생했다’며 악수하고 싶다. 용띠니까 청룡의 기운을 받아서 지난해 아쉬움을 털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호주 시드니 북부에 있는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스프링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이 감독에게서 한결 여유가 느껴졌다. 초보 사령탑이던 지난해는 선수 성향파악하랴 훈련일정 점검하랴 몸과 마음이 바빴다. 그는 “1년간 동고동락하면서 나름대로는 선수들의 성향과 성격을 파악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처음은 낯설 수밖에 없는데, 올해는 조금 적응했다”며 웃었다.

통상 감독에게 3년간 시간을 주는 이유는 첫해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두 번째 해에 색깔을 입히면서 가꾸고, 세 번째 해에 비로소 결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선수단을 끌고간다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팀 두산’의 색채를 또렷하게 할 시기인데 이 감독은 “전통적인 관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프로는 첫해, 두 번째 해가 중요한 게 아니다. 매년 우승에 도전하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아쉽게 5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팬께서 만족할 만한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자신감의 원천을 굳이 끼워맞추자면 용띠 해에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둬서다. 1976년 용의 해에 태어난 이 감독은 1988년 대구 중앙초등학교를 창단 처음으로 전국대회 4강으로 이끌었다. 그는 “6학년 때였는데 투수로 이름을 좀 날렸다”며 웃었다.

세 번째 용의 해이던 2000년은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해 대한민국 야구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메달(동메달)을 따내는 데 공을 세웠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을 발판삼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구기종목 사상 최초의 금메달 쾌거를 거뒀다. ‘국민타자’ 칭호는 한시즌 50홈런 돌파에 이어 국제대회에서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쳐 얻은 훈장이다.

삼십대에 맞은 용의 해(2012년)는 일본프로야구 생활을 정리하고 삼성으로 복귀한 해였다. 21홈런 85타점 타율 0.307로 경쟁력을 입증한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해 MVP를 차지했다. 일본무대 진출 전인 극적인 동점홈런으로 2002년 통합우승 주역이자 MVP를 차지한 이 감독은 복귀 첫해에도 통합우승에 MVP에 올라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 감독은 “돌아보니 용의 해마다 좋은 기억이 있다. 올해도 용의 기운을 받아 잊지 못할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가득 품고 시즌을 준비 중이지만,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그는 “선발 후보이던 최승용이 복귀할 때까지 어떤 선수가 5선발 자리를 채워줄지, 김재환이 재기에 성공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가 극적으로 계약해 전력에 포함된 점은 든든하다. 그렇지만 ‘포스트 베테랑’ 시대도 준비해야 하므로 김재호를 이을 주전 유격수를 확정하는 것도 이 감독에게는 고민거리다.

그는 “박준영 이유찬 박지훈 등이 캠프에서 경쟁하고 있다. 후보들이 많아서 좋은 면도 있지만, 유격수는 수비의 핵심이므로 고정하는 쪽이 좋다고 본다. 일단 박준영 쪽에 무게가 쏠리는 게 사실이지만, 시범경기까지 치른 뒤 결정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설 전날 재개한 훈련에서는 헨리 라모스가 합류해 ‘완전체’가 됐다. 이 감독은 “올해는 표정관리도 좀 하고, 시즌이 끝났을 때 야유 안 받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팬 여러분도 새해 건강하시고, 원하는 목표 이루는 갑진년(甲辰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설 인사를 전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