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이것 좀 보세요.”

지난달 9일 제주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기자에게 의문의 문서 하나를 건넸다. “1급 비밀”이라며 김 감독이 꺼낸 문서에는 선수들의 체중과 체지방 기록이 담겨 있었다.

선수단의 절반 정도는 김 감독의 동그라미 표시를 피해 가지 못했다. 체중과 체지방 모두 ‘초과’했다는 사인이었다. 실제로 일부 선수의 체지방은 20%를 넘기기도 했다. 한 달 정도 비시즌 휴식기를 보냈다고 하지만 김 감독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였다.

김 감독이 해외 훈련을 취소하고 클럽하우스에 머물기로 한 것도 선수단 몸 상태 때문이었다. 그는 해외 훈련을 무리하게 소화할 만한 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제주 경기를 보면 70분 후에 활동량이 떨어지고 실점하는 경우가 많아 보였는데 원인을 알겠더라”라며 “이대로 해외로 가면 부상 우려가 크다. 아직 서로 잘 알지도 못한다. 밖에서 하는 게 무리가 따른다고 봤다. 차분하게 국내에서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결정에 따라 제주는 한 달 정도를 클럽하우스에서만 훈련에 매진했다. 기초 체력, 사이클, 웨이트 트레이닝, 서킷 등을 오전, 오후로 나누어 진행했다. 선수들 입에서 “힘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시간이었다.

김 감독은 단순히 체중, 체지방을 줄이는 데 국한하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추가시간이 대폭 부여하는 흐름을 고려해 “10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선수 대부분이 김 감독이 제시한 지표 안에 진입했다. 제주 관계자는 “이제 선수 대부분이 10% 초반대에서 체지방 관리를 하고 있다. 선수에 따라 10% 이상을 뺀 선수도 있다. 감독님의 판단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 선수들의 몸이 확실히 올라왔다”라며 미소 지었다.

기나긴 체지방과의 싸움을 마친 제주는 지난 6일부터 경주에 머물며 실전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1월에는 연습경기 없이 개인 훈련에만 집중했다면, 경주에서는 ‘실전 모드’로 전환했다. 이미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치렀고, 20일까지 K리그2 두 팀과 실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 감독은 “모든 힘을 합해서 앞으로 달려가겠다. 어떻게 변하는지 꾸준히 관심 가져달라. 또 하나의 재밌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이 부분은 내가 강조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흘린 땀이 보답받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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