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이례적으로 느린 프리에이전트(FA) 시장 중심에 특급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있다. 지금까지 결과가 그렇다. 일찍이 빅딜을 체결할 것으로 보였던 보라스의 고객들이 여전히 미계약 상태다.

류현진(37)만 행선지 미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코디 벨린저(29), 블레이크 스넬(32), 조던 몽고메리(32), 맷 채프먼(31)까지 보라스가 보유한 FA 빅네임도 아직 유니폼이 결정되지 않았다. 빅리거 다수가 소속 구단 캠프에서 담금질에 들어갔고 일주일 후에는 시범경기에 돌입한다. 캠프 기간 FA 계약 체결이 없는 일은 아니지만 유독 계약이 더딘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 선수들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기량이 출중하다. 1루와 외야를 두루 소화하는 좌타자 벨린저는 이번 FA 시장 야수 최대어로 꼽힌다. 스넬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좌투수. 왼손 몽고메리는 2023년 텍사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뤘다. 3루수 채프먼은 작년까지 골드글러브만 네 차례 수상했다. 빅리그 데뷔해부터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통산 155홈런을 기록했다.

넷 다 현지 언론이 평가한 FA 랭킹에서 최상단에 자리했다. 디 애슬레틱은 벨린저를 4위, 스넬을 5위, 몽고메리를 6위, 채프먼을 8위로 평가했다. 지명타자로서 가치가 높은 JD 마르티네스는 24위. 마르티네스 또한 보라스 고객인데 아직 유니폼을 찾지 못했다. 류현진은 36위에 올랐다.

이번 겨울 FA 최고 계약은 오타니 쇼헤이와 LA 다저스가 맺은 10년 7억 달러(약 9317억원)다. 미국 프로 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거대한 계약을 체결했는데 오타니의 에이전시는 CAA다.

일본 최고 선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 달러(약 4325억원) 계약으로 신기원을 이뤘다. 빅리그 무대에서 단 하나의 공도 던지지 않은 투수가 선발 최고 수준의 계약을 체결했다. 야마모토의 에이전트는 조엘 울프다. 울프는 1년 전 센가 코다이의 빅리그행을 이끈 바 있다. 센가는 뉴욕 메츠와 5년 7500만 달러(약 998억원)에 계약했다.

보라스가 마냥 빈손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보라스 선수가 진득하게 계약을 기다리는 것 또한 아니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중순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1530억원)에 사인했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ML)로 진출한 선수 중 최고 계약. 더불어 태평양을 건넌 아시아 야수 최고 금액이다. 아시아 리그 출신 야수 1억 달러의 벽을 이정후와 보라스가 넘어섰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입단식에 임할 때까지만 해도 보라스 매직은 유효해 보였다. 하지만 이후 이상할 정도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ML 30 구단 중 14구단이 중계권 문제와 직면하면서 시장이 얼어붙었다.

결국 몸값을 낮춰야 하는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보라스와 구단의 긴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모양새. 빅리그 잔류 혹은 한화 복귀 사이에 자리한 류현진의 행보도 여전히 물음표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