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위대한 11년 여정이었다. 처음으로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ML) 직행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부상으로 선수 생명 위기와 마주했으나 피땀을 쏟으며 재활에 성공했다. 단순히 마운드로 돌아온 게 아닌 리그 초특급 투수로 올라섰다. 1선발 에이스로 당당히 FA 대형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계약이 끝났다. 많은 이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긴 메이저리거 류현진(37)이다.

빅리그 커리어는 끝났지만 현역 커리어가 끝난 것은 아니다. 12년 만에 한화 유니폼을 입고 한국 마운드에 선다. 토론토 시절 “마지막은 한화에서 한다. 기량이 떨어진 시점이 아닌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때 한화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던 약속을 지켰다. 등번호 99번 오렌지 몬스터 복귀로 새 시즌 판도에 거대한 폭풍을 일으킬 한화다.

전력 향상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보다 중요한 게 있다. 한화가 류현진 복귀를 통해 얻은 무형의 가치다. 2015년 투수로서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던 어깨 관절 수술을 극복한 점. 2018년부터 스스로 상대를 분석하고 게임 플랜을 짜며 빅리그에서 가장 영리한 투수로 올라선 점이 그렇다.

훈련 하나하나에 어깨 수술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담겨 있다. 류현진은 수술 후 재활 과정에서 이전과는 180도 다른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양부터 보강 훈련까지 빅리그 선수 중에서도 강도가 최고 수준에 속했다.

샌디에이고 고우석은 2017년에서 2018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잠실구장에서 류현진이 훈련하는 모습을 매일 목격했다. 고우석은 “현진 선배님이 웨이트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더 인상적인 것은 운동 시간이었다. 어깨 수술을 해서 그런지 어깨 운동만 한 시간이 넘게 계속하더라. 그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결국에는 흘린 땀의 양만큼 활약하고 꾸준한 커리어를 만든다. 한화에 잠재력이 뛰어난 투수가 많은 것을 고려하면 류현진의 존재는 더할 나위 없이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투수로서 주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점도 한화 젊은 투수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류현진은 직접 데이터와 영상 자료를 통해 전력분석에 임한다. 2018년 다저스 투수 코치였던 릭 허니컷 코치가 류현진에게 직접 전력분석하고 발표해볼 것을 건의했다. 이에 따른 류현진은 마치 신의 경지에 오른 듯 타자를 잡아내기 시작했다.

타자 머릿속에 들어간 듯 다채롭게 볼배합을 펼치며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2019년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어깨 수술 다음에 만든 류현진의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이후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즉 류현진의 자세 하나하나가 한화에는 교본이다. 160㎞ 강속구를 던지지 못해도 누구보다 안정적으로 팀 승리를 이끈 류현진을 통해 진짜 투구가 무엇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선수는 선수를 보고 배운다. 류현진의 귀환으로 문동주부터 김서현, 황준서 등 특급 유망주들이 보다 이른 시점에서 잠재력을 터뜨릴 확률이 매우 높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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