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애리조나=윤세호 기자] 마치 다시 프로에 입단한 선수 같다. 역대 KBO리그 선수 중 최고 대우를 받고 빅리그에 진출했고 이미 팀의 얼굴이 됐는데 그라운드 위에서의 모습은 신인 같다. 최고 무대에서 뛴다는 사실이 새로운 기쁨으로 다가오는 듯 넘치는 에너지를 그라운드 위에서 발산한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26)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빅리그 시작점을 통과하고 있다.

이정후는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 리버 필드에서 벌어진 애리조나와 시범경기에서 첫 타석 2루타, 두 번째 홈런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1회초 애리조나 오른손 선발 투수 라인 넬슨에 맞서 컷 패스트볼을 공략해 2루타를 날렸다. 3회초 2사에서는 152㎞ 포심 패스트볼을 우중간 담장 위로 쏘아 올렸다. 6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는 3루 땅볼. 6회말 수비때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이로써 이정후는 시범 경기 타율 0.500를 기록했다. 두 번의 시범경기에서 6타수 3안타다.

경기 후 이정후는 빅리그에서 첫 홈런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기쁜 건 아니다. 시즌 개막을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좋은 타구를 날린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사실 넘어갈 줄 몰랐다. 너무 잘 맞아서 탄도가 조금 낮았다. 2루타나 3루타를 생각하고 열심히 뛰고 있었는데 심판이 손을 흔들고 있어서 그때 알았다”고 밝혔다.

두 번째 경기 만에 2루타와 홈런을 친 것을 두고는 “아직 2경기밖에 안 해서 뭐라고 평가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오랜만에 경기를 하면서, 또 메이저리그에 와서 경기를 하는 게 매일매일 즐겁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은 만큼 치르는 기간 동안 어떻게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더불어 홈런에 앞서 파울로 자신감을 얻었다고도 했다. 이정후는 “홈런 치기 전 1루 쪽으로 강한 파울 타구를 쳤다. 내가 좋았을 때 나오는 파울이다. 초구에 돌렸는데 거의 몸쪽에 엄청 깊게 들어온, 정말 잘 들어온 공이라고 치고 나서 느꼈다. 1루 쪽으로 강하게 파울을 쳤을 때 감이 나쁘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면서 “키움에서 선수들은 다 안다. 내가 그쪽으로 파울을 치면 ‘얘가 지금 감이 좋구나’ 하는 걸 다 알고 있을 정도다. 내가 그쪽으로 강한 파울을 치면 타격 컨디션이 좋은 것이다. 그 이후에는 체인지업, 체인지업 봤는데 둘 다 볼이 됐다. 빠른 공 던질 것 같아 준비를 빨리했던 게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좋은 과정에서 좋은 결과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이번 빅리그 시범경기가 자신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KBO리그 신인이었던 2017년 외에는 시범경기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이번에는 그 징크스를 깨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정말 신인과 같은 마인드로 경기에 임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정후는 “2017년 말고 시범경기에서 잘해본 적이 없다. 그때도 신인이었고 지금도 다시 루키로 시작해야 할 때이다. 시범경기에서 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때 마인드가 다시 한번 나왔다. 신인 때 시범경기 엄청 잘했으니까 그때처럼만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마지막에 아웃된 것도 잘 쳐서 좋았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정후는 KBO리그 경험자이자 빅리그 신인으로서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현재 이용하는 샌프란시스코 구단 버스와 관련해 “한국 버스는 진짜 편하다. (선수들에게) 맛보게 해주고 싶다. 안 그래도 그 얘기를 선수들에게 해줬다”며 “여기 선수들에게 KBO리그는 원정마다 버스 타고 간다고 하니 처음에 놀라더라. 놀란 이유가 있다. 버스 사진을 보여주니 ‘이 정도면 다닐 수 있겠다’고 하더라”고 동료들과 대화를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계속 버스를 이용하겠다. 나는 여기서 루키이기 때문이다. 감독님이 물어보셨는데 내가 먼저 버스를 타겠다고 했다. 다만 가족이나 친구가 왔을 때는 먼저 차 타고 가도 된다고 해주셨다. 감독님의 배려다. 그래도 나는 신인이라 출발할 때는 버스를 타고 갈 것”이라고 신인의 마음가짐을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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