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빙하가 거대한 얼음덩어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빙하는 살아 움직이고 있다. 그 속에서 독특한 소리를 낸다. 얼음에 압축된 공기 방울이 터져 나오는 소리는 마치 새소리 같다. 사람들은 ‘빙하의 숲’이라고도 이야기한다.”

2024년 KBS 대기획의 첫 포문을 여는 다큐멘터리 ‘빙하 3부작’이 오는 7일 첫 방송된다. 1부 ‘숨겨진 세계’는 방송 최초로 살아 움직이는 ‘빙하의 소리’를 소개하고 살아있는 빙하의 힘과 생명력을 보여준다. 제작진은 약 2년 동안 20여 개국을 돌며 접근이 어려운 빙하들을 직접 찾아 생생한 현장을 담아냈다.

특히 ‘빙하 3부작’은 KBS 최초로 HDR 기술을 적용해 색을 선명하게 표현함으로써 세계 곳곳에 숨겨진 빙하의 신비로운 색깔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HDR(High Dynamic Range)은 사진, 영상에서 사람이 실제 눈으로 보는 것에 가깝도록 밝기의 범위를 확장하는 기술이다.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디테일이 모두 표현돼 세계 곳곳의 얼음 동굴과 빙하를 생동감 있고 선명한 이미지로 볼 수 있다.

◇ 빙하의 숨결과 칼빙(Calving)의 신비로운 울림

얼음의 강, 빙하(氷河). 이름처럼 빙하는 소리를 내며 흐르고 살아 움직이는 존재다. 빙하는 얼음이 갈라져 생긴 좁고 깊은 틈인 크레바스, 빙하가 녹아 깨지는 칼빙, 기온 상승으로 얼음이 녹아서 생긴 연못과 강 등 다양한 소리로 채워진다.

지난 10여 년간 빙하의 소리를 채집해 온 핀란드의 음향감독 에로 씨가 들은 빙하 소리는 심장박동과 비슷했다. 빙하가 움직이거나 녹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리듬을 갖기 때문이다. 빙하 소리를 들음으로써 빙하가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다.

5년 전 거대 빙산 분리 현장을 직접 목격한 홀랜드 교수는 그린란드 헬하임 빙하의 움직임을 연구하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서 빙하가 녹아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뉴욕시의 약 36배에 달하는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내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제작진은 국내외 유수 전문가들과 함께 빙하의 움직임과 소리를 통해 빙하의 생명력을 살펴본다.

◇ 범고래와 혹등고래의 청어 쟁탈전, 방송 최초 헤엄치는 북극여우 촬영

북극의 오로라는 빙하를 향해 환상적인 빛을 비추고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의 빙하는 에메랄드같이 푸른색을 띤다. 빙하는 다채로운 색깔만큼 다양하고 역동적인 생태계를 품고 있다. 수많은 생명이 빙하를 무대로 먹고, 사랑하고, 경쟁하며 살아가고 있다. 펭귄들의 천적으로 호시탐탐 알과 새끼들을 노리는 도둑갈매기, 범고래와 혹등고래의 치열한 청어 떼 쟁탈전, 둥글게 모여서 새끼를 보호하는 사향소 떼까지.

특히 제작진은 방송 최초로 북극여우가 헤엄치는 모습을 촬영했다. 치열한 생명들 사이로 빙산과 유빙에서 흘러나온 유기물은 바다 생물들의 먹이가 된다. 먹고 먹히는 먹이 사슬을 이루며 빙하의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든다. 생존을 위해 하나같이 발버둥 칠 수밖에 없는 곳, 빙하. 제작진은 춥고 어두운 빙하에 다채로운 생태계가 형성된 과정을 들여다본다.

제마 워덤 ‘빙하여 안녕’ 저자 겸 노르웨이 트롬쇠 북극대학 교수는 “그린란드 해양의 종점인 빙하에서 녹은 물이 바다로 가면서 바닷물을 휘젓고 영양분을 표면으로 가져온다. 실제로 빙하는 생명이 존재하는 환경이다. 불모지가 아니고 생명이 없는 것이 아니며 생명에 적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 빙하의 힘, 3D 특수영상으로 보는 스캡랜드 지형 형성 과정

1만 6천 년 전, 지구 3분의 1은 얼음으로 덮여있었다. 당시 캐나다에서 흘러 내려가던 빙하가 미국 몬태나주에 있는 강물의 흐름을 막고, 빙하로 덮었다. 막혀버린 강물은 거대한 호수로 변해 지금의 미줄라호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위가 높아졌고, 댐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면서 여기저기 균열이 생겼다. 어느 순간 많은 양의 물이 터져 나와 200m 깊이로 대지를 파고 단 몇 시간 만에 수십억 톤의 단단한 암석을 파냈다. 동시에 거대한 협곡을 남겨 지금의 ‘스캡랜드’라는 독특한 침식 지형이 형성되었다. 오늘날 행성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대이변의 규모에 가까운 사건을 ‘빙하’ 3부작과 함께 고품격 3D 특수 영상 재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KBS2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에서 양규 장군 역을 맡아 빼어난 연기로 대중에게 큰 인상을 남겼던 배우 지승현이 내레이션을 맡았다는 것. 중저음 목소리와 함께 위기에 처한 빙하를 바라보는 작품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승현은 “기후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사라지며 해수면이 상승해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빙하가 지구 기후 시스템의 파트너이자 빙하가 사라지게 되면 인류에게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알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이런 대단한 작품에 내레이터로서 힘을 보탤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KBS 공사창립 대기획 ‘빙하’ 3부작은 7일(목) 밤 10시 ‘1부 : 숨겨진 세계’를 시작으로 14일 ‘2부 : 얼음의 아이들’, 21일 ‘3부 : 1℃의 미래’가 KBS1을 통해 방송된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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