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하하, 뭐 자신감 있을 수 있죠. 막상 시즌을 지나다 보면 2부 리그가 얼마나 힘든 곳인지 알게 될 겁니다.” K리그2의 한 감독이 염기훈 수원 삼성 감독의 ‘무패 우승’ 발언을 듣고 한 말이다.

염 감독은 지난 개막전 충남 아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무패 우승도 가능할 것이라 보나?”라는 다소 황당한 질문에 “솔직히 지금으로선 진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지지 않고 승격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전진우가 (충남 아산전) 5-0 승리를 예상하더라.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라며 호기롭게 예측했다.

충남 아산전에서 수원은 고전 끝에 2-1 신승했다. 지난해 K리그2에서 10위에 머문 팀을 상대로 가까스로 승리했다. 한 명이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놓이긴 했지만, 그 역시 경기의 일부다. 게다가 퇴장자가 발생하기 전까지도 수원은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심지어 수원은 겨우 2라운드 만에 2부 리그에서의 첫 패배를 경험했다. 10일 서울 이랜드와의 맞대결에서 1-2로 졌다. 염 감독의 “지지 않고 승격하고 싶다”라는 바람은 겨우 일주일 만에 깨졌다.

이게 바로 2부 리그다. 지난해 K리그1에서 최하위에 머문 수원 삼성이 K리그2로 내려왔다 해서 흔히 말하는 ‘깡패’ 노릇을 할 것이라는 예상은 섣부르고 경솔하다. 지난해 1부 리그 꼴찌인 수원이 K리그2 팀들을 실력으로 완벽하게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부에서 강등된 부산 아이파크, 전남 드래곤즈, 경남FC, 성남FC가 승격에 애를 먹는 모습만 봐도 K리그2가 얼마나 험난한 무대인지 알 수 있다.

이런 리그에서 무패 우승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다. 실제로 염 감독 발언은 프로 축구 관계자 사이에서 꽤 화제가 됐다. “울산HD가 와도 2부 무패 우승은 어렵다”라는 게 중론이었다.

2부 리그에서 가장 필요한 무기는 간절함과 치열함이다. 실력 차가 크지 않은 팀 간의 맞대결에서는 정신력, 태도가 결과를 좌우한다. 자신감과 자만은 한 끗 차이다. 그롯된 자신감은 자칫 자만한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 상대를 우습게 보거나 평가절하하는 동시에 방심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신감도 좋지만 그보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 그리고 치열하게 싸우는 태도가 필요하다.

K리그2의 또 다른 감독은 “수원의 자신감이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지만 처음 시작하면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염 감독이나 수원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히려 승격을 노리는 다른 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무시받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수원이 하위권을 전전하며 결국 강등된 요인 중 하나가 수원 특유의 ‘우월감’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수원이라는 과거의 영광에 갇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선수단, 사무국 분위기가 2부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수원이 감독 경험이 전무한 플레잉코치를 사령탑으로 내세운 것만으로도 K리그2의 난이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됐다. 갈 길은 멀고 수원이 더 나아질 여지는 충분하다. 지금부터는 2부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허황한 자신감이 아니라 한 경기 한 경기를 처절하고 치열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수원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서울 이랜드전 패배에도 느끼는 게 없다면 수원의 2부 생활에는 고생길이 열릴 수밖에 없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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