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1990년생 주민규(울산HD)의 오랜 꿈이 태국전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 11일 축구대표팀 주민규는 만 33세 333일의 나이에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2008년 10월 송정현(당시 32세 131일)이 세운 최고령 발탁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어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주민규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태국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태국전에서 최고령 A매치 데뷔 기록에 도전한다. 기존 기록 보유자는 한창화로 1954년 스위스월드컵 튀르키예전에 32세 168일에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선발이든 교체든 출전하기만 하면 주민규는 이 기록까지 보유하게 된다.

시나리오처럼 극적인 얘기다. 주민규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선수다. 번외 지명을 통해 2부 리그 신생팀 고양 하이FC(Hifc)에 입단했다. 당시엔 주로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고, 간혹 스트라이커로 변신했다.

주민규의 인생은 바꾼 인물은 2014년 서울 이랜드 초대 사령탑으로 온 마틴 레니 전 감독이다. 그의 공격 재능을 알아본 레니 전 감독은 2015시즌을 앞두고 주민규를 영입해 스트라이커로 키우기 시작했다. 공격수로 변신한 후 비상했다. 첫 시즌에 무려 23골을 넣어 이름을 알렸다.

1부 리그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2017년 상주 상무(현 김천)에서 17골을 넣었다. K리그 최고 수준의 골잡이로 정착한 그는 지난 3년간 득점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2021년과 지난해 득점왕을 차지했고, 2022년에는 조규성과 동률을 이뤘으나 경기 수에서 밀려 2위에 자리했다.

골 결정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좋지만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은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며 주민규를 외면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을 향한 주민규의 열망은 늘 닿지 않는 꿈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달랐다. 그는 “축구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득점력은 다른 영역”이라면서 “최근 3년 동안 K리그에서 50골을 넣은 선수는 전무하다. 더 설명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주민규 선발이 의외의 선택은 아니라는 뜻을 확실하게 밝혔다.

주민규는 “대표팀에 뽑히지 못해 상처받은 순간이 많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다 보니까 이런 결실을 본 것 같다.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이 뿌듯하다”며 “대표팀 막내라고 생각하고 머리 박고 정말 열심히 간절하게 뛰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출전 가능성이 크다. 황 감독은 이번 2연전에 스트라이커로 주민규와 함께 월드컵 스타 조규성(미트윌란) 2명만 호출했다. 두 선수가 번갈아 가며 최전방을 책임져야 한다. 조규성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이후 좀처럼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규를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실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규가 이번 A매치에 골을 넣으면, 역대 최고령 득점 순위에서 9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8위 최진철(34세21일)에 미치지 못하지만 황선홍(33세325일)의 2002 한일월드컵 폴란드전 기록은 뛰어넘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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