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외국인 선수 농사가 성패를 좌우한다.’

안타깝지만 참이다. 미국, 일본에 비해 선수층이 턱없이 부족한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활약여부로 팀 명운이 갈린다.

지난해 ‘국가대표 타선’에도 불구하고 빈약한 마운드로 ‘5강 후보’에 들지 못한 NC가 에릭 페디(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덕분에 가을잔치에 참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꼴찌에서 한국시리즈로’ 마법 같은 여정을 뽐낸 KT 역시 윌리엄 쿠에바스(12승 평균자책점 2.60·18경기)를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성대하게 막을 올릴 2024 KBO리그 역시 첫날부터 외국인 투수들의 향연으로 펼쳐진다. 돌아온 에이스 류현진(37·한화) 영원한 에이스 김광현(36·SSG) 등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왼손 베테랑 에이스를 제외하고는 개막시리즈 첫머리를 외국인 투수가 차지했다.

올해는 특히 새 얼굴이 많다. 디펜딩 챔피언 LG는 왼손 투수 디트릭 엔스에게 개막전 선발 중책을 맡겼다. 시범경기에 두 차례 등판해 10이닝을 던졌고 7안타(1홈런) 평균자책점 1.80으로 1선발 자격을 증명했다.

KT는 ‘구관이 명관’을 외치고 있다. KBO리그 정규시즌 MVP에 빛나는 멜 로하스 주니어를 4년 만에 재영입했다. 통산 511경기에서 132홈런 409타점 타율 0.321로 펄펄 난 로하스는 아홉차례 시범경기 출격에서 4홈런 11타점 타율 0.381로 변함없는 실력을 뽐냈다. 타선이 강한 LG와 마운드가 높은 KT가 외국인 선수로 약점을 상쇄해 또 한 번 라이벌 구도를 완성했다.

하위권 탈출을 넘어 가을잔치를 정조준한 한화는 요나단 페라자를 100만 달러에 영입해 공격력을 배가했다. 눈에 띄는 배트스피드를 바탕으로 스프레이 히터로 능력을 검증했는데, 화려한 배트 플립과 큰 세리머니를 장착해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뇌관’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형적인 거포로 눈길을 끄는 NC 맷 데이비슨, 공수주를 두루 갖춘 헨리 라모스(두산)도 화끈한 공격력을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빠른 야수가 많은 NC, 타선 연결고리가 필요한 두산 모두 가려운 곳을 긁어줄 선수로 데이비슨과 라모스를 선택했다.

마운드에도 새 얼굴이 엿보인다. SSG는 로버트 더거를 데려와 선발진을 보강했다. KIA 역시 현역 빅리거로 불린 윌 크로우를 1선발로 영입했고, 팀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제임스 네일을 두 번째 옵션으로 선택해 부족하던 ‘오른손 선발’ 진용을 채웠다.

리빌딩 그 이상을 노리는 삼성은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하는 승부수로 칼을 뽑아 들었다. 스로잉이 내야수만큼 짧은 코너 시볼드와 땅볼 유도에 능한 것으로 평가받는 데니 레예스가 ‘100만달러의 사나이’ 데이비드 맥키넌과 푸른색 유니폼을 함께 입었다. 명가 재건을 꿈꾸는 삼성의 시즌 성패가 이들 삼총사에 달렸다.

외국인 선수 농사는 외국인만 홀로 빛나서는 성공으로 볼 수 없다. 팀원과 시너지효과를 일으켜야 하고,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어야 한다. 터줏대감들의 아성을 복학생과 신입생이 어떻게 무너뜨릴지도 올시즌 KBO리그를 풍성하게 한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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